[성진실 칼럼] 방사선 피폭 최소화 위한 3가지 원칙
지인 한분이 업무 차 도쿄로 출장을 가야한다고 전화를 주셨다. 한달쯤 머물러야 하는데 영 찜찜하시단다. 지난번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떠들썩했는데, 도쿄라면 후쿠시마에서 지척에 있는 도시가 아닌가? 괜찮다고들 하지만 웬만하면 피하고 싶다고 하신다. 도쿄가 국제 업무 도시이다 보니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도쿄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는 사람들 까지도 비슷한 걱정을 하니 말이다.
방사선 피폭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피폭을 받아야만 한다면 신체를 보호할 목적으로 피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다음 세 가지 원칙이 중요하다. 첫째, 피폭되는 시간을 최소화 한다. 둘째, 차폐물이 필요하다. 셋째, 방사성 물질로부터의 거리가 멀수록 좋다.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핵심적인 논리이다.
연간 허용 선량이라는 것이 있다. 방사선 피폭이야 없는 것이 가장 좋고 가능한 적을수록 좋으므로 대원칙은 ‘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라고 하여 첫 글자만 따서 ALARA라고 하는데, 이는 ‘합리적으로 실현 가능한’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미국에서 결성된 방사선 방어 국가 자문위원회에서는 ‘ALARA 원칙’ 아래 방사선 피폭에 대한 연간 허용 수준의 한도를 권고하고 있는데, 일반인은 빈도에 따라 1~5 밀리 시버트, 방사선 종사자는 50 밀리 시버트로 정해져 있다. 이 권고치는 특히 방사선 종사자처럼 근로 기간 내내 방사선 피폭의 위험을 안고 사는 경우에 중요한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직접 현장에서 일해야 했던 사고 수습반들도 이 첫째 원칙 내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안다. 즉, 분당 방출되는 양이 많은 현장이면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다음에 사람을 대치하는 방식으로 연간 허용 선량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 국내 기자들이 후쿠시마 원전을 방문하게 되었다. 아마도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매우 불안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방문 내용을 보니 ‘피폭되는 시간을 최소화 한다’는 첫째 원칙은 현장을 방문하였던 기자들에게도 철저하게 적용되었다.
둘째 원칙은 차폐물이다. 방사선은 그 에너지에 따라 차폐물의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공항에서 검색대에서 사용하는 투시장치나 전신 스캔의 에너지는 매우 낮아서 검색대 직원들은 아무런 차폐 장치 없이 바로 옆에서 근무가 가능하다. 병원에서 시행하는 각종 방사선 영상 검사 때도 얇은 벽 하나 넘어 방사선 촬영 기사가 일하고 있다. 에너지가 불과 몇 킬로볼트, 또는 그 이하에 해당될 때 이야기이다.
그러나 에너지가 십의 육 제곱 이상에 달하는 메가 볼트의 방사선의 경우엔 이야기가 다르다. 이를 차폐하기 위해서는 방사선 발생장치인 방사선 치료기가 설치되어 있는 방의 사면과 바닥, 천정 등, 육 면이 모두 1 미터이상의 콘크리트 벽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벽은 물론이고 그 방으로 들어가는 출입문도 이에 상응하는 정도로 차폐 수준이 갖추어져야만 한다. 출입문을 통하여 들어갈 때도 직선거리로 바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차폐 콘크리트로 조성된 미로를 또 한 번 통과하여야 방 내부의 방사선 발생장치에 도달하게끔 설계가 되어 있다. 같은 분야 사람들끼리 농담처럼, 원자폭탄 터지면 다들 암센터로 와서 방사선 치료실로 대피하면 된다고 하는데, 사실 진담이다.
셋째 원칙으로, 방사성 물질로부터의 거리가 멀수록 좋다. 이는 단순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그 영향은 놀랍다. 그 이유는 거리의 제곱이 되는 수치만큼 비례하여 방사선 피폭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2미터 떨어지면 2의 제곱이 4이니 피폭 량은 1/4로 감소가 되는 것이다.
1945년 2차세계대전을 종결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원폭 투하라는 것은 다 잘 알려져 있다. 방사선 피폭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실험적 연구를 수행하기 어려운 주제이므로 원폭 피해자를 장기간 추적 관찰한 자료가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이때도 원폭 투하지점을 기준점으로 하여 반경 거리에 따라 방사선 피폭 량을 산출하고 일반인 허용 선량 이내수준으로 피폭 받은 34,272명과 허용 수준 이상으로 피폭 받은 41,719명 등, 두 그룹을 1950년 이후 30년 이상 장기 추적 관찰한 보고서가 있다. 이들에서 암 발생에 대한 관찰 경과가 흥미롭다. 적게 받은 그룹에서 8.2%, 많게 받은 그룹은 7.3%의 발병률을 보여서 두 그룹이 보이는 암 발병률은 통계적으로 유사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모르면 두려움이 커진다. 방사선 분야는 특히 더 그렇다. 온갖 소문이 돌지만 이 분야만큼은 정확하게 알고 그에 따라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