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욱 칼럼] 극단적 견해, 누그러뜨리는 방법있다
추상적 사고를 유도하는 질문과 폰트…
민감한 정치 이슈가 있을 경우 진보파와 보수파의 견해는 극단적으로 갈리기 쉽다. 극단적 견해를 보다 온건하게 만드는 실제적 방법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추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유도하면 된다는 것이다. 방법의 하나는 정치와 무관한 “왜?”라는 질문을 세 차례 던지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읽기 어려운 폰트로 정보를 제시하는 것이다.
미국 일리노이대 심리학과의 연구팀이 최근 ‘사회심리학과 인성과학(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보자. 연구팀은 정치적 견해가 양극화되는 이슈로 ‘그라운드 제로 모스크’를 선정했다. 세계무역센터, 즉 9·11 테러의 현장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세워진 이슬람 커뮤니티 센터다.
연구팀은 1차 실험에서 항공기가 세계무역센터로 향하는 사진을 보여준 뒤 이슬람 센터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여기서 진보파와 보수파의 견해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사실이 확인됐다.
2차 실험은 다른 자원자를 대상으로 하되 한 가지를 추가했다. 건강 유지와 관련된 세 차례의 질문에 연속해서 대답하게 만든 것이다. 이때 한 그룹에는 “왜?”라고, 다른 그룹에는 “어떻게?”라고 물었다. 그 결과 “왜?”에 답변한 그룹은 이슬람 센터에 대해 좀 더 온건한 견해를 갖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파와 진보파의 답변이 서로 근접한 것이다.
이와 달리 “어떻게?” 그룹에선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왜?’라는 질문은 사람들로 하여금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자신과 반대되는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추상적 사고를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어떻게?”라는 구체적인 질문은 당장 눈앞에 있는 특정한 대상에 집중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3차 실험에선 이슬람 센터에 대한 다양한 주장이 포함된 기사를 읽은 뒤 의견을 밝히게 했다. 이때 한 그룹에게는 읽기 쉬운 폰트(글자체)로 된 기사를, 다른 그룹에는 읽기 어려운 폰트로 쓰인 동일한 기사를 각각 제시했다. 그러자 쉬운 폰트 그룹은 정치적 견해가 양극화됐지만 어려운 폰트 그룹은 견해가 온건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가 읽기 어려운 형태로 제시된 것이 추상적 사고를 유발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좀 더 정신을 집중하며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여론의 양극화를 완화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국민의 추상적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 핵심은 “왜?”라는 질문을 우선하는 교육에 있을것이다. 정치 공학만 우선시하는 언론의 보도 방식에도 변화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