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지루함을 탈피하는 방법
며칠 전 한 여성분이 일상의 섹스를 좀 더 버라이어티하게 만들기 위해 카마수트라 섹스 동영상을 연구해 볼까 생각 중이라는 내용의 쪽지를 내게 보냈다. 카마수트라라니. 오 마이. 나도 카마수트라 섹스는 물론 365일 섹스 포지션 같은 책들을 가지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일 뿐 매일 섹스의 혁신을 위해 이들을 몽땅 내 침대 위에 올려 불태우겠다, 라는 허황된 짓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예상 가능한 일상의 섹스 패턴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생각해보라. 늘 정상위로 삽입을 시작하는 애인이 별안간 당신을 뒤로 돌린다. 그것도 모자라 다리 하나를 어깨 위로 올리고, 한 팔을 뒤로 잡아당기며 초장부터 밀어붙인다면 이건 신선함이 아니라 공포다!
예상 가능한 잠자리는 황홀한 섹스의 독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돌파구 마련을 위해 어떤 이들은 ‘신선한 섹스=색다른 체위’이라는 명제를 실천하고자 온갖 비서(秘書)를 탐독하며 상대방을 깜짝 놀라게 할 방법을 찾는다. 실제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섹스포지션들을 하나하나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평범한 커플들에겐 남자의 페니스가 앞으로 들어 오냐 아니면 뒤에서 접근하느냐의 수준이다. 사실 섹스에 적당한 환멸-여기서는 반복되는 패턴으로 인함-을 갖는 것이 커플관계 건강에 좋다고 믿지만 그 패턴이 너무 잦으면 사람인지라 지친다.
앤디 워홀은 “나는 지루한 것들을 좋아한다.” 라고 말한 바 있는데, 스스로 캠벨 수프 같은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을 그려 그 말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다들 알고 있듯이 대량 생산이라는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캠벨 수프는 그의 대표작이 되고.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너무 익숙해서 따분하게 느껴질 만한 소재를 한 번 비틀기다. 캔버스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네 침실에서도 적용 가능한, 간단하면서 임팩트는 강한 방법.
여하튼 핵심은, 평소 하는 섹스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건데, 가장 손쉬운 테크닉은 앵글의 변환이다. 여자들을 붙잡고 제일 지루한 체위가 뭐냐고 물으면 거의 대부분 정상위를 고를 거다. 여자 입장에선 편하기도 하고, 그래서 가끔은 심심한 정상위. 남자의 피스톤운동을 아래에서 지켜보는 게 따분해질 즈음 인형처럼 늘어져있는 두 다리를 남자의 어깨 위로 번쩍 들어 올리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정상위 단독으로는 여자가 오르가슴에 오르기 힘들다고들 하는데, 아무래도 삽입감이 깊지 않은 것 때문이리라. 이를 해결해주는 게 이 두 다리 하늘 위로 번쩍 올리기인데, 여성의 하반신을 침대 밖으로 끌어내리고 남성이 서거나 무릎을 꿇으면 이 발 들기의 앵글 변환을 보다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또, 다리 들기로도 여전히 배가 고픈 여성분들은 케겔운동이라는 훌륭한 옵션이 있으니 참고하시길.
얼마 전 나는 이사를 하면서 새 매트리스를 장만했는데, 정말 푹신해서 누우면 바로 잠이 든다. 잠이 너무 잘 오는 나머지 침대에서 섹스를 진득하게 할 여력이 없을 정도다. 정말로. 수면으로 인해 방해받는(?) 섹스를 살리려면 일단 침대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역시 침대 외의 장소에선 허벅지를 웅크리고 앉는 게 최고다. 벽에 붙기엔 에너지가 부족하고, 카펫 바닥에서 뒹굴고 나면 무릎이나 팔꿈치가 유격훈련한 사람 저리가라다. 앉은 상태에서 인터코스를 하면 이러저러한 큰 각도 변화를 주기는 어렵겠지만 일단은 양쪽 모두 편한 자세이기 때문에 침대 밖이라도 섹스집중도가 빨리 오른다. 참신한 테크닉도 좋지만 일단은 좀 하고 봐야죠.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blog.naver.com/wai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