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신호는 무릎으로...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신호를 은밀히 행사하기에 적합한 부위는 무릎이다. 내가 대학 때 댄스동아리에서 잠깐 활동할 때의 일이다. 어느 겨울, 한 대형 지역 행사에 다른 대학의 댄스 동아리들과 연합으로 무대에 오를 일이 있었다. 대기실에서 동아리 사람들과 옹기종기 모여 무대에 오를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의자에 앉아있던 타 동아리의 남자 A가 갑자기 여자친구 B를 자신의 무릎 위로 앉혔다. 그 정도는 커플이니 놀라울 것도 없는데, 갑자기 A가 무릎을 빠르게 덜덜 떨면서 위에 앉은 B에게 “좋지? 라고 하는 게 아닌가.
A 말고도 무릎에 관한 야릇한 추억은 또 있다. 역시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인데, 친구들의 무릎 위에 주먹 쥔 손을 올렸다 푸는 장난이 잠깐 유행한 적이 있다. 물론 동성 친구 말고 이성 친구들 사이에서 주로 이 장난을 거는데, 내 무릎 위로 남자의 주먹이 보자기처럼 사르륵 풀릴 때마다 저릿한 신음이 나오려는 걸 간지러움으로 애써 연기하던 기억이 난다. 이게 모두 무릎이 성적인 뉘앙스를 직구로 부각하는 부위가 아니었기에 의도적인 터치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장난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거다. 그런 의미에서 섹슈얼한 관계가 본격적으로 성립되기 전 정치적으로 정당하게(?) 들이밀기에 무릎은 손도 가슴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남녀가 만나 성관계를 할 때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들 육체와 정신의 교감이라고 부르짖는다. 그리고 이 교감이란 걸 몸으로 표현하려 할 때 무릎은 곧잘 스타트 라인의 첫 줄에 자리한다. 생각해 보라. 한 번 만나고 안 볼 사이라면 굳이 상대방의 무릎 위에 올라타 눈을 마주치고 목에 얼굴을 비벼대고 귀를 핥는 등의 친근함을 표시할 여유는 없다.
이쯤 되면 남자들은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도대체 남자에게 좋은 건 뭐가 있지. 각도 조절도 쉽지 않아, 속도도 마음대로 내지 못해, 무릎에 걸터앉은 그녀의 엉덩이 무게도 생각보다 상당해 신경이 쓰이는 그런 포지션에서 말이다. 예전에 한 남자친구가 내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여자의 위에서 열심히 허리를 놀릴 동안 자기 아래 깔린 여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끔 궁금할 때가 있다고 말이다. 지금,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을 하겠다. 그게 궁금하면 여자를 무릎에 앉힐 것. 힘을 빼고, 한 번 ‘어떤 가 보려고’의 입장에서 관망하는 것도 꽤 괜찮다.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blog.naver.com/wai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