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털이 있는 이유…벌레 잡는다고
털이 있으면 벌레 더 빨리 찾아내
오늘날 우리 인간의 몸에 있는 털은 그다지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털이 기생충을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한 과거 여성 선조들은
벌레가 없는 깨끗한 짝을 더 좋아했기 때문에 털이 더 많은 남성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인간은 선조인 유인원 종족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털이 적다. 그러나 우리
피부에 있는 모낭의 밀도는 실제로 우리와 비슷한 크기의 유인원에게서 보는 것과
같다. 우리와 가까운 유인원에서 볼 수 있는 두터운 털을 대신한, 우리 몸을 덮고
있는 잔털들은 털이 많았던 선조로부터 진화된 결과로 생각된다.
영국 셰필드 대학교 진화 생태학자인 마이클 시바-조시 교수는 실험을 거쳐 이
잔털이 빈대 같은 곤충을 찾아내는 데 유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피를 빨아먹는
곤충의 생리를 파악해 곤충이 매개하는 질병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페이스북을 통해 모집한 29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들의 한 쪽 팔에서 한 부분의 털을 깎았다. 그리고 각자의 팔에 놓은 빈대를 찾는
데
두 팔 중 어느 쪽이 더 오래 걸리는지, 곤충들이 물 곳을 찾을 때까지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를 조사했다(벌레들은 물기 전에 없앴다).
그 결과 몸에 난 털이 빈대를 찾아내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참가자들이 털이 없는 팔로 시도했을 때보다 털이 있는 팔 쪽이 훨씬 더 빨리 벌레를
찾아낸 것이다. 따라서 우리 몸에 난 털은 동작 탐지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털이 있는 쪽에서는 벌레가 물 곳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는데, 털이 벌레의
움직임을 방해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또한 남성들이 벌레를 더 잘 발견했는데, 그들은 일반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분비돼 여성들보다 털이 더 많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여성이 남성보다 더 잘
물린다는 사실을 뜻하지는 않는다. 피를 빠는 곤충은 발목 같이 상대적으로 털이
적은 부분을 무는 것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연구팀은 남성과 여성의 몸에 난 털의 많고 적음이 기생충 때문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아니지만, 인류의 진화 역사에서 여성은 털이 많은 남성, 즉 벌레를 덜 가지고 있는
남성을 더 좋아했으리라고 추정하고 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생물학 저널(12월 13일자)에 실렸으며, 미국 과학뉴스 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가 13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