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궁금해, 지구 속

오늘날 과학자들이 지구에 대해 아는 것은 토성의 고리에 대해 아는 것보다 적다.

옛 소련의 ‘콜라(반도) 초심도 시추공’은 1989년 12㎞를 뚫고 들어가는 기록을

세웠지만 이는 지구 반지름 6360㎞의 2%에 불과하다.

지구 중심부에는 철 80%, 니켈 20%로 구성된 달 크기의 쇳덩어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섭씨 7000도, 360만 기압에서 고체로 존재하는 내핵이다. 지난 8월 30일

도쿄 공대의 게이 히로세 교수는 내핵과 비슷한 조건을 최초로 실험실에서 재현했다.

철·니켈 합금을 다이아몬드 죔쇠에 끼워 350만 기압으로 누르면서 레이저로 4500도까지

가열한 것이다. X선 분석 결과 합금 내에서 결정이 만들어져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내핵에는 최대 10㎞에 이르는 금속 결정들이 남북 방향으로

정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내핵의 외곽은 화성 크기의 외핵이 둘러싸고 있다. 철과 니켈이 녹아서 물처럼

흐르는 영역이다. 외핵은 지구의 자전에 따라 회전하고 온도 차에 따라 대류하면서

지구를 둘러싼 자기장을 만들어낸다. 지자기는 꿀벌에서 바다거북, 나비에서 비둘기에

이르는 생물의 나침반 역할을 해준다. 암소와 사슴도 휴식을 취할 때 몸을 남북 방향으로

두는 경향이 있다. 또한 태양에서 쏟아져 나오는 고에너지 입자의 흐름으로부터 지구의

생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지자기의 대표적 미스터리는 남극과 북극이 지금껏 수백 차례 바뀌었다는 점이다.

그 주기는 10만~5000만 년으로 종잡기 어렵다. 가장 마지막에 바뀐 것은 78만 년

전이다. 지자기의 강도는 지난 180년간 계속 약화되면서 또다시 역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마침 지구 중심부의 극한 조건을 제대로 재현할 첨단 실험설비가 지난주 가동을

시작했다. 유럽 싱크로트론 방사시설에 있는 ‘ID24’ 입자가속 라인이다. 100만

분의 1m 폭 샘플에 레이저를 쏘아 1만 도로 가열한 뒤 100만 분의 1초 단위로 고해상도

X선 사진을 촬영할 능력을 갖췄다. 이를 통해 지진의 충격파가 어떤 방식으로 내핵의

고체를 통과하는지, 외핵은 어떻게 해서 거대한 발전기 역할을 하는지, 자기장은

왜 역전하는지 등의 미스터리에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조현욱 미디어본부장·중앙일보 객원 과학전문기자 <poemloveyo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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