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재료로 ‘인공 콜라겐’제작에 성공

U.C 버클리 이승욱 교수팀, 네이처에 논문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단백질인 콜라겐과 유사한 물질을 공학적으로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이 개발됐다. 주인공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버클리)

생명공학과의 이승욱 교수와 그에게서 박사후 과정을 밟고 있는 정우재 박사.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에 19일 실렸다.

이교수가 콜라겐에 주목한 것은 이 단백질이 자기 조립 (self-assembly) 방식을

통해 독특한 생물학적, 기계적, 광학적 성질을 구현해내기 때문이다. 예컨대 콜라겐이

직각으로 교차되며 쌓이는 구조는 빛을 투과하는 성질을 지닌다. 우리 눈 속의 투명한

각막 렌즈가 이런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나선형 구조는 여러 광물질과 함께 골격이나

치아 등의 단단한 조직을 형성한다. 하지만 이들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형성되는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이를 공학적으로 재현하는 연구는 진전이 없었다.

연구팀은 인체에 무해하며 대장균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M13바이러스를 기본 재료로

이용했다. 길다란 젓가락처럼 생긴데다 표면에 나선형의 홈이 파여있는 것이 콜라겐

섬유를 닮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바이러스가 들어있는 용액에 유리판을 담갔다가 천천히 들어올리는

방법을 개발했다. 바이러스들이 얇은 막을 만들며 판에 딸려 올라오게 만든 것이다.

용액의 바이러스 농도와 판을 들어올리는 속도를 조절하면 막 형성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점성, 표면장력, 증발 속도를 통제할 수 있었다. 이런 요소들은 바이러스들이

어떤 패턴을 만드느냐를 결정했다.

이 기술을 이용해 3가지 필름 패턴을 만들었다. 첫째, 바이러스가 1CC당 1.5 밀리그램

이하의 낮은 농도일 때는 바이러스가 모여서 만든 실 가닥이 서로 직각을 이루며

겹친 띠 모양을 형성했다. 둘째, 유리판을 더욱 느린 속도로 들어올리자 바이러스의

운동과 방향성이 달라졌다. 자발적으로 뭉쳐서 판에 달라붙은 다음, 나선형의 리본

모양으로 꼬인 형태를 만들기 시작했다.

셋째, 바이러스 농도가 1CC당 4~6밀리그램일 때는 가장 복잡한 “라면 면발”패턴이

생겼다. 층이 비틀어진 이 구조물은 프리즘처럼 빛을 구부릴 수 있었다. 이는 자연물이나

인공물에서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속성이다. 이 교수는 “우리는 조립 공정을 조절함으로써

막의 폭과 높이 및 위치뿐 아니라 조직화 수준과 꼬이는 방향까지 조절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한 이 기술이 생의학적으로 응용될 수 있음도 보여주었다. 우선,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조작해 특정한 펩타이드(아미노산 중합체)를 발현하게 만들었다. 펩타이드는

생체 조직의 성장에 직접 사용되는 물질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들어 낸 얇은 막을

형판으로 삼아 여기에 황과 칼슘이 달라붙게 유도함으로써 치아의 에나멜 비슷한

생체광물을 만들어냈다. 이는 앞으로 신체조직을 재생하는 데 쓰이는 이용될 수 있다.

이교수는 “저녁에 공정이 진행되도록 한 뒤 아침에 가보면 가느다란 바이러스

실오라기 몇 조 가닥이 여러 패턴을 이루며 배열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자연이 이처럼 복잡한 구조물을 창조하는 방식을 우리가

이해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모방하고 심지어 확장하는 간단한 방법을 개발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미국 과학재단의 재료공학 단장인 조지프 아카라 박사는 “이 기술이 생명공학에

적용되면 인간의 생체 조직과 아주 유사한 생체 재생재료를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물론, 알츠하이머처럼 특정 단백질이 응집해서 생기는 질병의 발생원리를 밝혀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승욱 교수는 고려대학교 화학과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친 뒤 2000년 미국으로

건너가 텍사스 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 버클리에  부임해 최근

종신교수가 됐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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