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남자보다 토론을 더 좋아한다

남자는 토론을 ‘쓸모없는 짓’으로 생각

“우리, 이야기 좀 해.”

“이야기는 무슨, 나중에 하자.”

TV 드라마를 보면 연인들이 이런 대화를 주고받으며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종종

나온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이야기 좀 하자”고 요청하는 쪽은 여자가 많고 “나중에

하자”고 피하는 쪽은 남자인 경우가 많다.

실제 남자들은 토론이나 대화를 ‘별 쓸모없는 짓’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여자들은

토론을 통해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주리

대학교 아만다 로즈 교수는 최근 2000명의 남녀 어린이와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들이 성별에 따라 토론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남자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여자에 비해 토론에 대해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도

덜 받고 두려움도 덜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남자 청소년들은

“토론을 해봐야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반면 여자 청소년들은 토론을 하면 문제가 풀릴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경우가 많았다. 또 대화를 통해 자신이 누군가와 함께 문제를 풀고 있다고 생각하고

상호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여자가 남자에 비해 말로 문제를 풀어가는 능력이 더 탁월하다는 연구는

과거에도 있었다. 1995년 미국 예일 대학교 연구팀은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등을

이용해 남자와 여자가 말을 할 때 뇌의 어떤 부분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남자는 말을 할 때 좌뇌만을 사용하는 반면 여자는 좌뇌와 우뇌 모두를 사용했다.

우뇌는 감정을 표현하는 영역이다. 말을 할 때 좌뇌와 우뇌 모두를 사용한다는 것은

여자가 남자에 비해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데 더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는

뜻이다.

로즈 교수는 “연애를 할 때 남녀 사이에 말다툼이 생기는 것도 이런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자는 남자와 고민을 털어놓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한다.

반면 남자는 토론을 하면 문제가 풀렸다고 느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문제가 더 커졌다고

느끼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로즈 연구원은 “남자 아이들에게 ‘토론해라’고 말로 강요하는 것은 쇠귀에

경읽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토론을 하면 구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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