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달리기는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
김화성의 종횡무진 육상이야기 ②
표범은 인간보다 훨씬 빠르다. 그러나 금세 지친다. 그렇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오랫동안 빨리 달리거나 빠른 걸음으로 갈 수 없다. 기껏해야 15분을 넘지 못한다.
인간은 오랜 시간 무더위 속에서 달려도 체온을 조절할 수 있다. 맨살의 피부와 땀샘
덕택이다. 그뿐인가. 인간은 달리면서도 머리를 곧추세우고 똑바로 앞을 바라볼 수가
있다. 목덜미 인대가 있기 때문이다. 커다란 엉덩이 근육도 먼 거리를 달리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아프리카 부시맨들은 무더위 속에서도 몇 시간이고 끈질기게 영양을 쫓는다.
창이나 활도 없는 그야말로 맨몸으로 하는 ‘몰이사냥’이다. 결국 도망가던 영양은
몸이 과열되어 쓰러져 죽는다. 인간은 꾸준히 달리는 능력 하나만으로도 짐승들을
잡아먹고 살 수가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매일 아침 영양은 잠에서 깬다. 영양은 가장 빠른 사자보다 더
빠른 속도로 도망가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을 잘 안다. 아프리카에서 사자도 매일아침
잠에서 깬다. 사자는 가장 빠른 영양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자신이 굶어죽는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사자든 영양이든 태양만 떠오르면 서로 더 빨리 달리려고 죽을힘을
다한다.’ -<닐
배스컴의 ‘퍼펙트 마일’ 중에서>
그렇다. 원시시대 달리기는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였다. 빠르고 힘센
자가 가장 많은 먹이를 얻었다. “더 빨리, 더 오래‘ 달리기는 생존의 문제였다.
하지만 ‘100m를 몇 초에 달리는 가’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오직 사냥감보다
더 빨리, 더 오래 달릴 수 있는 자가 이 세상 최고의 스프린터였다. 먹이를 놓친
자는 한 마리 굼벵이일 뿐이었다.
네안데르탈인들은 매일 사냥감을 쫓아 40km 이상씩 달렸다. 그들의 산소 섭취량은
현대인보다 50% 많고, 뼈는 20% 더 강했다. 모두가 이봉주의 심장과 국가대표 선수
같은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달리지 않으면 먹고 살 수가 없었다.
육상 종목을 즐기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육상 잡학 사전 1
발엔 인간 뼈의 25%가 몰려있다
사람 몸엔 206개의 뼈와 약 650개의 근육이 있다. 뼈는 발에 25%(26개씩 52개)가
몰려있으며 갈비(좌우 12쌍) 머리(23개) 목(7개) 등에도 있다. 근육도 100여 개나
발에 있다.
근육은 골격근, 창자 벽 등에 있는 내장근, 평생 동안 쉬지 않고 움직이는 심장근으로
이뤄진다. 골격근은 뼈에 붙어 우리 몸을 움직일 수 있게 하며, 근육의 대부분(약
620개)을 차지한다. 우리 뜻대로 할 수 있어 ‘맘대로근’이라고도 한다.
관절은 인대와 연골로 이뤄진다. 뼈와 뼈 사이를 잇는 연결고리로, 문과 문틀을
이어주는 경첩이나 마찬가지다. 어깨, 엉덩이, 무릎관절이 대표적이다.
운동선수들은 뼈, 관절, 근육을 너무 많이 써서 빨리 늙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뼈, 관절, 근육을 잘 쓰지 않아서 쉽게 늙는다.
뼈는 35세가 넘으면서부터 점점 밀도가 떨어져 부석부석해지고 얇아진다. 한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미국 여성의 경우 3명에 1명꼴로 골다공증을 앓고 있다.
무릎관절은 몸무게가 5kg이 늘면 15kg으로 느낀다. 계단을 오를 땐 7배인 35kg으로
생각한다. 그만큼 몸무게의 압력에 취약하다.
근육 양은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35세 이후 해마다 0.5%씩 그 양이 줄어드는
것은 똑같다. 거의 운동을 하지 않는 회사원이라면 그 줄어드는 속도가 더 빠르다.
허리 아픈 젊은 회사원들이 많은 것도 등 배 근육약화가 주된 원인이다. 그렇다고
허리보호대를 차면 요통은 더욱 심해진다. 남아있던 근육마저 없어지기 때문이다.
유산소운동이 내장근 심장근을 튼튼하게 한다. 무산소 운동은 골격근을 단련시키며,
골격근은 뼈를 자꾸 잡아당겨 골밀도를 높여준다. 인대와 연골을 튼튼하게 한다.
웨이트 운동은 운동기구의 정확한 사용법을 익히는 게 최우선이다. 그 다음은
각 부위근육에 어떤 운동이 좋은지 알아야 한다. 흔히 상복부 근육 강화운동으로
윗몸일으키기(SIT UP 혹은 CLUNCH)를 많이 한다. 하지만 대부분 머리가 무릎에 닿도록
90도씩 꺾는다. 이것은 효과가 적다. 30도 정도 꺾어주면서 등이 판에 닿을 듯 말듯해야
배 위쪽 근육이 뻐근하다. 배아래 근육 단련은 누워서 발을 30도 정도 올렸다 내렸다
해주면 된다. 전문지도자의 코칭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