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플 때 곰 인형을 쓰다듬는 까닭
촉각의 자극을 통해 슬픔 가라앉히는 본능
아프거나 슬픈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 이른 사람들은 촉각적으로 예민해 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싱가포르국립대학 비즈니스스쿨의 댄 킹 박사와 플로리다대학 크리스 자니스제스키
박사는 사람들에게 흔히 일어나는 감정상태에 따라 정보를 지각하는 감각활동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그들이 진행한 실험 중 하나는 감정상태가 긍정적인, 부정적인, 또는 보통인 188명의
대학생들에게 품질이 낮은 로션(8ml 물을 섞은 100ml 로션)과 품질이 좋은 로션(열대
꽃 향의 하늘색 100ml 로션)을 주면서 각각의 로션이 주는 시각, 후각, 촉각적 느낌을
말하고 그에 따라 가격을 매기게 했다.
지금 마음이 아프거나 슬픔을 느끼고 있는 학생들은 긍정적 감정 상태에 있는
사람이나 보통인 감정상태의 사람보다 로션의 촉감으로 느껴지는 질적 차이를 예민하게
알아챘다. 따라서 좋은 로션에 매긴 가격도 25%이상 뛰었다.
킹 박사와 자니스제스키 박사의 연구는 슬퍼하거나 마음이 아픈 사람은 촉각에
더 민감한 반면 마음이 즐거운 사람은 눈에 보이는 정보에 더 민감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또 △ 부정적 감정상태에 있는 소비자는 제품의 촉감이 좋으면 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것 △ 부정적 감정상태인 소비자는 제품의 질적 변화에 더 예민하다는
것 △ 눈을 가리고 시각경로를 차단하면 제품의 촉감이 소비자의 쾌락적 반응을 이끌어낸다는
것 △ 부정적 감정 상태에 있으면 쉽게 추위를 느끼고 따뜻한 촉감에 더 예민해진다는
결론을 냈다.
이 연구를 주도한 킹 박사는 “포유류인 인간이 부정적 감정 상태에 있다면 다치고
슬프고 길을 잃었다는 뜻”이라며 “이 때 포유류 새끼의 뇌는 무언가 만지면 좋은
촉감의 자극을 통해 기분 좋음을 느끼려 하고 몸을 회복하려 한다”고 말했다. 깊은
슬픔에 빠지면 곰 인형을 끌어안는 까닭이 드러난 것.
연구진은 “부정적 감정상태를 촉감의 자극으로 달래려는 포유류의 본능을 안다면
세분화한 마케팅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며 “사람이 슬프면 포근하고 부드러운
물건을 찾고, 촉각적인 자극을 위해 눈을 감는 소비자들의 행동이 설명이 된다”고
했다.
이 연구결과는 ‘소비자연구 저널(Journal of Consumer Research)’ 온라인
판에 게재됐으며 과학논문사이트 유레칼러트, 과학뉴스 사이트 사이언스데일리 등이
15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