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존엄사 할머니 유족에 4000만원 배상”
세브란스병원 의료진 과실 인정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는 ‘존엄사’ 논란을 일으킨 김 할머니 사건과 관련, 세브란스병원
측에게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되므로 유족에 위자료 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구랍31일
판결했다. 의료계를 뒤흔든 한 사안에 대해 형사사건에서는 검찰 판단으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지만 민사에서는 의료진의 과실을 묻고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
김 할머니(당시 78세)는 2008년 2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폐를 검사하기 위해
기관지 내시경 검사를 하다 피를 지나치게 흘리고 뇌손상을 입어 뇌사상태에 빠졌고
김 할머니의 가족은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하면서 인공호흡기 제거, 약물치료 중단,
영양공급 중단, 수분 공급 중단의 4가지를 요구했다.
2008년 11월 서울서부지법은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병원이 불복해 여러 단계를 거쳐 대법원의
손으로 넘어갔다. 대법원은 2009년 5월 인공호흡기만 떼라는 판결을 내렸고 이에
따라 병원 측은 6월 23일 호흡기만 제거한 채 코를 통해 산소공급, 항생제 투여 등
다른 생명연장 조치를 계속해 왔다. 하지만 김 할머니는 당초 3시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던 의료진의 예상과는 달리 스스로 숨을 쉬며 생존했고 인공호흡기를 제거한지
201일 만인 2010년 1월10일 숨을 거뒀다.
이런 와중에 김 할머니 유족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의 초기 과실로 문제가
생겼다’며 병원과 담당 의사를 상대로 민, 형사 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이형철)는 지난해 9월 업무상과실치사로 경찰에 고소된 담당의사
2명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내리고 기소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민사 소송에서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된다며 “병원은 김 할머니
유족 에게 4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측은 “형사 사건에서는 검찰이 검찰시민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김
할머니의 출혈이 희소병인 다발성골수종 때문에 일어났고 대처과정에서 의사들의
과실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무혐의 처분했다”면서 “의료행위 중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해 배상을 요구한 판결을 수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유족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해울의 신현호 변호사는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건이므로 유족이 동의한다면 대법원까지 가서 의료소송의 이정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