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연, ‘카바 수술 중단’ 최종보고서 내기까지

“심평원은 하루빨리 실무위원회 열어야”

8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허대석, 보건연)이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의 수술법 중단이 필요하다는 최종보고서를 복지부에 제출한 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보건연의 최종 보고서는 2007년 3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서울아산병원과

건국대병원에서 카바(CARVAR) 수술을 받은 환자 397명의 의무기록을 분석한 결과

15명이 숨지고, 절반이 넘는 202명의 부작용이 발견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송 교수는 다음날 즉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연의 연구결과는 터무니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사기”라며 “카바 수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조차 갖추고 있지 않은

간호사가 자료를 수집해서 만든 것부터 오류가 있다”라고 연구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며

반박했다.

이 자리에서 인제대 서울백병원 흉부외과 김용인 교수는 “지난 2월 보건연이

중간보고서를 제출하고 이번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실무위원회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며 “실무위원회 검토 없이 그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은 비신사적, 비과학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이 일부 언론에는 보건의료연구원측이 전문가 회의도 갖지

않고 의료적 지식이 부족한 간호사 몇 명을 이용해서 결론을 냈다는 식으로 소개됐다.

이에 대해 보건연 측은 “전문가들의 치밀하고 객관적인 검토를 거쳐 보고서가

작성됐으며 간호사출신의 연구원들은 이 과정에서 환자 의무기록 자료를 수집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면서 “김 교수가 말하는 실무위원회는 보건연이 아니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주관하는 회의로 보건연의 보고서 작성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송명근 교수는 2007년 3월 카바 수술법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해 달라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신청했다. 심평원은 이 수술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학계의 문제 제기에 따라

그 동안 결정을 미뤄 오다가 2009년 4월 24일 ‘앞으로 3년 동안 자료를 축적한 뒤

재평가한다’는 조건을 달아 비급여로 결정하고, 이 내용을 복지부에 통보했다. 5월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는 “대한흉부외과학회와 보건연이 송

교수의 수술법에 대한 검증 절차를 밟아 3년 뒤 건강보험 급여 여부를 결정한다”고

의결했다.

보건연은 2009년 3월 치료법,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로 개원했다. 보건연은 건정심의 결정과 복지부의 고시 후 2009년

6월부터 카바 수술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게 됐다. 보건연은 카바

수술법 뿐 아니라 난청환자의 국내보청기 사용의 효과성과 장애요인, 한국적 상황을

고려한 로봇 수술에 대한 의료기술 평가 분석 등도 함께 연구하고 있다.

보건연은 심평원 내에 만들어진 ‘카바 수술 실무위원회’가 어떤 환자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정한 환자증례보고 원칙에 따라 2007년 3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서울아산병원과

건국대병원에서 카바 수술을 받은 환자의 의무기록 자료를 수집했다. 이 과정에서

보건연은 건국대병원 측이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 보건연은 건국대병원에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간호사 연구원을 채용해서 카바 수술을 받은 환자의 의무기록을

효과적으로 수집하려고 했으나 조작이 있을 수 있다는 건국대병원 내부의 반발로

채용 하루 만에 그만두는 일도 있었다.

보건연 배종면 임상성과분석실장은 “송 교수가 얘기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간호사는

실무위원회가 결정한 환자증례보고 원칙에 따라 해당되는 환자의 의무기록 자료를

수집하는 것일 뿐”이라며 “환자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되면 2번이고

3번이고 다시 체크했다”고 말했다.

카바수술을 받은 환자 397명의 의무기록 수집이 끝나면 본격적인 분석에 들어간다.

분석은 연구방법론 전문가, 통계전문가와 내용검토를 위해 구성된 검토자문회의 위원

6명이 맡았다. 검토자문회의는 대한심장학회와 대한흉부외과학회가 각각 3명씩 추천한

전문의들로 구성됐다. 이들 의사들은 각각 397명의 진료기록을 면밀히 분석하고 의견을

교환했으며 이견이 있으면 수시로 만나서 토의했다. 환자 가운데 상당수는 연락이

두절돼 사망 및 부작용 사례에 포함시킬 수가 없었다.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이 끝나면 통계분석을 하고 이에 따라 보고서를 만들어진다.

보고서 작성 뒤에도 보건연 내의 연구성과확산위원회에서 보고서의 내용을 다시 한

번 검토했다.

김용인 교수가 말한 ‘카바 수술 실무위원회’는 보건연이 필요할 때 자문을 요청하거나

보건연이 발표한 결과를 심의하는 업무를 하기 위해 심평원 내에 만들어진 위원회다.

실무위원회는 심장 전문가, 임상시험분야 전문가, 근거중심의학 전문가 등 총 11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지금까지 총 8차례 회의를 했다.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보건연은 2007년 3월~2009년 11월 서울아산병원과 건국대병원에서

카바 수술을 받은 환자 127명을 조사한 결과 5명 사망, 부작용 26건으로 집계됐다는

중간 결과를 올해 2월에 열린 7차 실무위원회 모임에서 발표했다. 중간보고를 듣던

실무위원들 사이에서는 “이러면 안 된다”는 탄식까지 나오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최종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수술이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판단으로 실무위원회는

표결을 거쳐 10대 1의 압도적인 표차로 ‘수술 잠정중단’을 결의했다.

보건연 측은 김용인 교수가 최종 보고서를 발표한 후 수술조사 실무위원회 개최

운운하는 것은 절차적 측면에서 납득하기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올해 2월 ‘수술

잠정중단’ 결의에서 반대표를 던진 한 명이 바로 김 교수 자신이다. 김 교수는 실무위원회

운영지침 14조 실무위원회의 안건에 대한 심의 등과 관련해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아랑곳하지 않고 9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반대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실무위원회는 최종보고서를 검토해서 의견을 내면 된다. 그동안 심평원 실무위원회가

열리지 않아서 최종보고서 작성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형적인 물타기라는

것. 배 실장은 “이미 복지부에 보고서를 제출함과 동시에 심평원에다가도 보고서를

보냈지만 보름이 지나도록 심평원은 대답이 없었다”면서 “심평원이 조속히 실무위원회를

열고 이 부분에 대해 논의를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9번째로 열릴 실무위원회에서는 복지부에 제출된 최종보고서를 심의하고 지난

2월 중간발표 결과와 비교하는 등의 논의가 이뤄지게 된다.

    박양명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