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탄생에서 소비까지 조직적 관리 추진

RFID, 의약품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아

제약업계의 고질적 문제는 ‘위조약’과 ‘안전성’이다. 약은

위조하기 쉽다. 플라시보(위약.僞藥) 효과라고 해서 효능이 없는 약을 먹어도 심리적으로

좋은 약이라고 믿고 먹었다면 치료가 됐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위조약을 찾아

내는 것도 쉽지 않다.

해로운 성분으로 조작한 위조약은 생명까지도 위협한다. 또 유효기간이

지난 약이 유통되거나, 뒤늦게 위험한 점이 발견됐지만 어디에 가 있는지 찾을 수

없으면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게 된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모든 의약품에 전자태그를

다는 방안이다. 특히 무선인식(RFID. Radio-Frequency IDentification) 기술을 적용하면

구매하는 의약품 하나하나에 ‘주민등록번호’처럼 개별 정보를 담을 수 있게 된다.

이 시스템이 우리나라 제약시장에 도입되면 환자들은 의약품의

생산일, 성분, 유통경로 등에 관한 정보를 투명하게 알아본 뒤 약을 살 수 있게 된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1차원적 바코드는 법에서 요구하는 필수 정보를 모두 담을

수 없고 약품을 자주 옮기는 과정에서 바코드가 손상되기 쉽다.

그러나 RFID는 다량의 정보를 담을 수 있고 손상 가능성도 적어

제약품 생산-유통-소비 단계를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된다. RFID는 바코드와 다르게

여러 개 제품 정보를 동시에 판독할 수 있어 빠르게 정보를 처리한다.

또 약이 최종 소비되기까지 가변적인 약품정보를 중간에 수정할

수도 있다. 역동적인 약품 관리가 가능해 지는 것이다.

생산자 제약사 깔끔한 재고관리로 비용절감

RFID를 도입하면 무엇이 어떻게 좋아질까. 우선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어디에 얼마만큼의 물량이 여유가 있는지 훤해 품절에 대비해 불필요한 재고를 쌓아

놓을 필요가 없다. 자연히 폐기비용도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세계 최초로 생산되는 전제품에 RFID를 붙이고 있는 한미약품은

적정재고유지와 반품율 감소로 연 106억 원 이상의 비용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약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체계화하면 생산과정을 자동화할 수도

있게 된다.

하지만 구축비용이 문제다. 한미약품은 전 생산약품에 RFID시스템을

구축하는 지난 4년간 200억원이 웃도는 비용이 들었다. 한미약품은 연간 매출액 6,000억원에

이르는 기업으로 RFID 사업을 적극 추진할 수 있었지만 그만한 규모가 안되는 기업에서는

RFID 구축비용이 부담이 될 수 있다.

판매하는 약국에서는 재고관리 신경 안 써도 돼

의약품, 탄생에서 소비까지 조직적 관리 추진이 시스템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도입단계이다 보니 어려움이

따른다. 그중 약을 판매하는 일선 약사들의 RFID에 대한 이해 부족도 문제다. 한미그룹의

IT전문기업 한미IT 김인배 팀장은 “영업사원들이 약국에서 RFID 리더기로 제품을

읽고 처리를 하면 싫어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서 “약사가 구입한 약을 자꾸 조사하는

것을 불쾌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품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반품하도록 하는 등 미리 관리해 주면 약사들의 반응은 긍정적으로 변하게 된다고

한다.

 또 환자들의 약품교환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간혹 환자들

중에 구입한 약을 어디서 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무작위로 근처 약국에서 바꿔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판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교환해주는 약사도 있다.

하지만 RFID 시스템을 적용하면 어느 약국에서 몇 월 며칠에 샀는지 정확한 판매처와

시점이 드러난다.

소비자는 내가 먹는 약을 완벽하게 알게 된다

작년 4월 석면 탈크 파동이 났을 때 문제의 제품이 어디에 있는지

낱낱이 파악하지 못해 완벽한 회수가 불가능했다. 자연히 소비자는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그러나 RFID가 부착돼 있으면 의약품 안전사고나 부작용이 생겼을 때 문제

의약품을 즉시 정확히 회수해 추가 피해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위조 의약품이 원천 방지돼 환자들은 정식제품만 살 수 있다.

RFID 시스템이 정착되면 소비자는 자기 휴대폰으로 약의 효능과 유통기한 유통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정부, ‘제약+IT 융합’을 국가신성장동력으로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공동으로 지난달 31일 국가의 신성장 동력으로 제약 + IT 융합을 육성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의약품 유통에 RFID, 센서네트워크(USN)를 50% 도입 시 2015년까지 생산유발효과를

9,100억 원, 부가가치를 4,100억 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정보운영팀 강지선 팀장은 “RFID시스템으로

리베이트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겠지만 리베이트 근절보다는 국가적성장사업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의약품 수출 때 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GMP)을 충족시키는 데

RFID 기술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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