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원료 ‘유황’이 피부병 치료제라구요?

다양하게 화합물 형성, 페니실린과 비슷

제중원의 라이벌 병원인 한성병원은 제중원의 세력을 약화시키려고 애꿎은 ‘유황’을

물고 늘어졌다. 약품을 대는 역관 집에 보관하고 있던 유황을 화약을 만들려고 들여놓았다는

식으로 덮어씌운 것. 이 유황은 제중원 초대 원장인 알렌이 떠나면서 맡겨놓은 ‘피부병

치료제’였다.

100년 전 유황은 화약을 만드는 데 쓰이기도 했지만 피부에 상처가 나거나 피부병이

생기면 세균을 죽일 수 있는 효과를 나타내 치료제로도 많이 사용됐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유황은 성질은 매우 덥고 맛은 시며 독성이 있는 약재다. 허리의 오랜 냉증,

다리가 냉하여 쑤시고 아프며 약함, 잘 낫지 않는 상처 등에 효과가 있다. 세균 감염

등으로 헐거나 상처가 있는 피부에 유황을 바르면 피부조직을 괴사시키고 새살이

돋게 한다.

연세대 세브란스 피부과 이민걸 교수는 “유황은 과거 항균, 살충 작용을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오늘날 항생제나 페니실린과 비슷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황은 순기능보다는 부작용이 더 많아 현대에는 아주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경희대

한방병원 한방피부과 김윤범 교수는 “자연 그대로 유황을 섭취하면 간세포를 파괴해

간을 손상시키고 피부에 과하게 쓰면 피부조직이 죽어 원상태 회복이 힘들거나 이상한

모양으로 재생되는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에서 유황(황)을 다양한 형태로 변형한 건강관리법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유황가루, 유황오리, 유황온천 등이 대표적. 유황은 다양한 형태의 원소를 만나

화합물을 형성하기 때문에 인체에 해가 가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정제된 것을 사용한다.

이민걸 교수는 “유황의 항균 작용은 여드름이나 무좀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데

피부를 자극할 정도의 농도만 사용한다”며 “전신에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농도

2% 정도가 무난하다”고 말했다.

유황에 철이나 화기가 닿으면 급속하게 산소와 결합해 폭발할 수 있다. 온천수에는

유황이 수소와 결합해 황화수소가 들어있다. 이들이 피부와 접촉하면 표피의 유리

산소와 반응해 황과 이황화수소가 항균작용을 한다.

김윤범 교수는 “유황온천수에는 유황이 많아 봐야 20ppm 정도이고 온천욕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부작용 없이 피부에 미세한 세균을 없애주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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