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마취, 마취사의 경험에만 의존

환자반응 살펴 마취 유지되는지 판단

SBS 수목드라마 ‘제중원’에서 매주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의술 가운데

하나가 ‘마취’다. 황정(박용우)과 백도양(연정훈)의 운명적 대립이 시작되는 계기도

마취라고 할 수 있다.

황정의 첫 수술 대상이 일본군의 칼에 맞은 백도양의 아버지였다. 황정은 알렌의

봉합수술을 기억에만 의존해 재현하려 했으나 결국 도양의 아버지는 과다출혈로 죽는다.

황정은 수술법보다 자신이 마취를 잘못 한 게 아닌가 죄책감을 느낀다.

“처음엔 20방울, 그 다음엔 40방울, 그리고 그 다음엔 60방울…”

당시 ‘제중원’에서 사용했던 마취는 액체를 가스형태로 들이마시게 하는 흡입마취로

에테르(Ether)가 사용됐다. 지금의 산소마스크 형태의 기구에 에테르 방울을 떨어뜨리면

이것이 산소와 만나 가스형태로 바뀌면서 숨을 들이쉬는 환자에게 들어간다.

의료기기가 발달하지 않은 때 환자를 마취상태에 유지하는 것은 임상 소견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고 경험에서 우러나는 것이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신양식 교수는 “당시 마취사는 흡입마취를

한 뒤 환자 눈앞에서 손을 흔들어 동공 반응이 있는지, 숨은 쉬는지, 마취가 지속되는지

파악하는 게 최선이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마취사가 에테르 가스를 마셔 환자보다

먼저 마취되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는 것.

1846년 미국 매사추세츠 병원에서 처음 시행된 에테르 흡입마취는 1970년대 초반까지

사용됐다. 신양식 교수는 “아스피린이 꾸준히 새로운 효능이 나오고 있고 널리 이용된

 것처럼 에테르도 마취제 가운데 가장 오래 사용된 소재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테르는 마취력이 비교적 약하고, 휘발성이며 폐렴 위험도 있었다. 환자가

완전 마취될 때까지 길게는 30분 이상 걸릴 때도 있었다. 수술 후에도 환자에게 가래가

많이 생길 수 있었다.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수술실 바닥에 깔리게 돼 각종 전기

전자 장비가 많이 사용되는 현대 마취에서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됐다.

우리 나라에서도 마취 관련 연구는 1950년대부터 본격 발전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단순히 가스에 의존한 흡입마취만 하는 경우는 드물다. 의식을 차단하는 마취유도제로

정맥마취를 한 후 흡입마취를 하고 있다.

신양식 교수에 따르면 현대 마취는 △환자의 일반적인 전신상태 △진행되는 수술

종류 △마취에 따른 수술의 편의성 △어떤 합병증이 유발될 수 있는가 △환자의 뜻을

고려해 방법이 정해진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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