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환자 운전사고 대응책 시급하다

“운전중 힘 풀리면 주스 드세요”

K대 권 모 교수는 최근 승용차를 몰다 아찔한 경험을 했다. 갑자기 온몸에서 힘이

풀리며 앞이 뿌옇게 변하면서 앞이 안보인 것. 가까스로 갓길에 정차하고 119 구급차를

불렀다. 그는 이튿날 병원에서 당뇨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두 달 전 정기검사에서

혈당이 정상이었는데, 최근 집안일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혈당수치가

급격하게 올라간 것. 당뇨병 상태에서 갑자기 혈당이 떨어지면 이 같은 위기상황에

처하게 된다.

권 교수는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지만 당뇨병 환자가 저혈당으로 교통사고를

당해 숨지는 경우 대부분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운전미숙에 의한 사고’로

분류된다.

30세 이상 당뇨병 유병률은 2001년 8.6%에서 지난해 9.7%로 증가 추세다. 성인

10명 중 1명 꼴로 대단히 높은 수치다. 이로 인한 교통사고 역시 늘고 있는데 사고

현장에서는 이런 인식이 없어 억울한 죽음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당뇨병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제대로 조사되지 않고 있는 한국에 비해 선진국에서는

이와 관련한 연구와 보험이 활성화돼있다.

지난 8일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의학지(PLoS Medicine)’ 온라인판에는 당뇨환자

14명 중 한 명은 교통사고를 낸 적이 있으며 특히 운전자가 저혈당 상태에서 거의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이 당뇨병을 가진 운전자

795명을 대상으로 교통사고 여부와 사고를 내게 된 원인에 대해 조사했는데 저혈당

상태 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다른 원인보다 4배 높았다.

저혈당은 현기증이나 피로감을 가져오고 심할 경우 의식을 잃을 수 있는 증상.

흔히 당뇨 치료에 쓰이는 경구용 혈당 강하제나 인슐린의 용량이 지나치게 많거나

투여 시점이 적절치 못했을 때 일어나곤 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혈당조절 약을 잘

챙겨먹는 등 혈당관리에 특히 신경써온 사람이 혈당관리를 소홀히 한 사람보다 충돌사고를

더 많이 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당뇨병 때문에 생기는 사고는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야 하고 저혈당 탓일

때는 처리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법무법인 해울의 신현호 변호사는 “당뇨병 환자가 운전을 하는 것은 잠재적인

위험 요인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며 “노화로 인한 반응 속도 저하도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운전의 잠재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는데 이러한 위험 요인을 미리 차단하는

방향의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서로의 서상수 변호사는 “당뇨병 환자가 스스로 건강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며 “뇌출혈이나 심장마비 등의 상태는 불가항력이지만 당뇨병

환자는 인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차를 세우고 사탕이나 과일 등 당분을 섭취하는 등

스스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병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당뇨

환자는 자신의 혈당을 더 자주 체크하고 혈당 상태가 정상일 때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특히 자신이 당뇨병인 줄 모르고 운전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운전 중에 손과

발이 차갑고 땀이 나며 다리에 힘이 풀리거나 심장 박동수가 빨라진 아찔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면 저혈당을 의심해야 하고 다시는 저혈당 상태에서 운전을 하지 않도록

한다.

오랫동안 당뇨를 앓아온 환자는 나타나는 증상을 잘 느끼지 못하고 무덤덤해지는

상태가 돼 전조 증상 없이 바로 경련을 일으키거나 쓰러질 수 있다. 이런 돌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운전하기 전 자신의 혈당수치 등을 미리 체크해야 한다.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최재경 교수는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면 초콜릿이나 사탕

등 단음식을 섭취해 혈당을 보충해주면 된다”며 “운전중에는 초콜릿은 까는 등의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흡수가 빠른 액체이면서 당질함량이 높은 주스나 탄산음료

요쿠르트 설탕물을 준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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