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4명 중 3명, 위기에 약하다”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한국인 정체성 연구결과 발표

한국인 4명 중 3명이 자아정체감이 약해 위기상황에 닥치면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술잔만 기울이며 문제를 회피하거나 손을 놓고 누군가의 도움만 기다린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소장 이동수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2005년부터 진행중인 ‘한국인 정체성 연구’ 과정에서 성인남녀 199명을 심층 면담해

자아정체감을 분석한 결과 △안정지향적이며 현실순응형이지만 위기에 약한 ‘폐쇄군’

 74.4%(148명) △능동적이고 진취적 개척자형인 ‘성취군’은 12.6%(25명) △수동적이며

무기력한 방관자형인 ‘혼미군’ 10.6%(21명) △고민이 많은 대기만성형인 ‘유예군’

2.5%(5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남녀 모두 비슷한 양상을 보였으며 나이가 많을수록 폐쇄군이 높아졌고

젊을수록 혼미군이 증가했다. 또 학력이 높을수록 성취군이 많고 폐쇄군이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아정체감(Ego-Identity)이란 미국 정신분석학자 에릭 에릭슨이 주장한 개념으로,

개인의 자아가 인격체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통합하는 개인 나름의 독특한 방식을

의미한다. 자아정체감의 성취는 청소년기에 이뤄야 할 주요한 발달과업 중의 하나이며

일생동안 정체감의 발달과 성숙이 지속된다고 알려져 있다. 자아정체감이 확고한

사람은 위기 및 환경변화에 유연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자아정체감이 취약한 사람들은 평소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뚜렷한 문제를 일으키거나 스트레스를 높게 경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실직, 이혼 등으로 주변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 그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과도한 음주나 자살과 같은 비합리적 선택을 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OECD 자살율 1위, 양주 소비율 1위와 같은 한국 사회의 사회병리적 현상들이 이와

같이 한국인의 자아정체감과 관련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폐쇄군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체면이나 명분, 서열을 지나치게 따지는 권위주의적인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자신의 자존심이나 체면이 손상됐다고 느끼면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분노를 표출하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동수 소장은 한국인의 자아정체감이 취약하게 된 원인에 대해 “1960~70년대

한국 사회의 급속한 발전 과정에서 집단의 목표가 강조되고 개인의 희생이 요구되면서

‘자아정체감’ 발달이 성숙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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