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의 효능은 가격순이 아니에요
“효과-안전성 전문의와 반드시 상담 필요”
어떤 상품이든 새로 나온 것이 좋은 것일까. 약품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전문가들은
반드시 그렇지 않은 약으로 당뇨병약, 고혈압약, 피임약을 꼽는다. 이들 약은 처음
나왔단 것이 효과 면에서는 신약과 큰 차이가 없으면서 값이 싸고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전해진다. 구관이 명관인 셈이다.
2000년 국내에서 출시된 당뇨병 치료제인 GSK의 아반디아는 당뇨병약의 부작용인
혈당이 너무 떨어지는 문제가 비교적 적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2007년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는 아반디아가 심근경색을 43%, 심장병에 의한 사망 위험을
63% 높인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이에 GSK는 아반디아 제품에 심장병 위험에 대한
경고 문구를 강화했다.
고혈압약은 가격이 수 백 배 차이가 나도 효과의 차이가 거의 없는 경우다. 고혈압약은
이뇨제나 베타차단제에서 칼슘채널 차단제(CCB),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
억제제), 안지오텐신2수용체차단제(ARB) 등으로 다양화 되면서 가격도 높아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다이크로진은 1정에 10원이다. 반면
CCB인 한국화이자의 노바스크는 1정에 524원이며 ARB인 GSK의 프리토는 1정에 799원이다.
1994~2002년 미국 국립심폐혈액연구소가 후원해 4만 명이 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혈압약으로 쓰는 이뇨제는 혈압을 낮추는 효과뿐만 아니라 혈압
때문에 생기는 심장 및 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있어 다른 신약들보다 탁월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온다. 값도 싸면서 효과도 크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비싼 신약만이 치료효과 높다는 선입견 버려야”
그럼에도 이뇨제 사용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제약회사의 광범위한 마케팅,
의사나 환자의 선입견 등 때문으로 풀이된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의 강아라 사무국장은 “옛날 약이 신약보다 우수하다는
것이 아니라 무턱대고 신약을 선호하는 분위기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며 “처음에는
1차 약부터 사용하고 내성이나 부작용이 생기면 2차, 3차로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피임약은 약 안에 들어있는 프로게스테론 성분 내용이 무엇이냐에 따라 2세대
또는 3세대 피임약으로 나뉜다. 2세대 약은 미니보라, 에이리스 등이 있고 3세대
약에는 마이보라, 미뉴렛 등이 있다. 최근에는 드로스피레놀 성분이 들어간 더 새로운
세대의 약도 있다.
상식적으로는 새로 나온 약일 수록 좋을 것 같지만 전문가들은 그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약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피임연구회 이임순 회장(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2세대 피임약은 혈전증
위험은 없지만 여드름이나 체중증가가 있을 수 있고 3세대 약은 이런 부작용은 없는
대신 아주 드물지만 혈전증 위험이 있다”며 “피임약은 피임 기능 외에 약의 종류에
따라 빈혈, 자궁외임신, 월경전증후군 등을 해결해주는 기능도 있으므로 새로운 약을
찾기 보다는 전문의와 상담해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약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신약이 기존약보다 가격이 비싼 만큼 효과가 우수하다고 확신할 수 없는 이유는
신약의 효과를 비교하는 대상이 기존약이 아니라 밀가루 등으로 만든 위약(플라시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약이 위약보다 효과가 더 있는지는 알 수 있어도 기존약보다
나은지는 알 수 없다.
또한 기존약은 이미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이 사용해 안전성이 입증된 것이지만
신약은 허가 과정에서 수 천 명 정도에게만 임상시험을 거치기 때문에 나중에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