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데이] 프렌치 키스, 동물도 한다
보노보는 수시로 키스…개-늑대가 얼굴 핧는 것도 키스
인류는 키스를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키스하고, 연인끼리 하고, 종교적 의식으로
하고, 심지어는 비행기에서 뛰어 내리면서까지 한다. 어떻게 애정, 축하, 슬픔, 위로,
존경 같은 여러 감정이 키스라는 한 가지 행동으로 표현될까.
이에 대한 해석은 키스가 본능적인 행동이라는 것이다. 키스가 본능적이라는 이론의
근거는 인간뿐 아니라 동물도 키스를 한다는 사실이다. 동물 중 ‘키스 왕’은 참팬지와
함께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보노보다. 미국 에모리대학의 동물학자 프란스
드 발 박사는 저서 ‘자연 충돌의 해결(Natural Conflict Resolution, 2000년)’에서
자신의 경험을 적어 놓았다.
그는 한 사육사에게 우정의 표시로 보노보에게 뽀뽀를 하라고 했는데, 잠시 후
이 사육사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입술을 갖다 댔는데 보노보가 바로 혀를 입 속으로
밀어 넣어 졸지에 프렌치 키스를 당한 것이다.
보노보는 수시로 키스한다. 다툼 뒤 긴장 해소를 위해, 다른 동료를 안심시키기
위해, 유대감을 높이기 위해, 때로는 알 수 없는 이유로까지 키스를 한다. 보노보가
프렌치 키스까지 할 줄 안다면 인간,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의 공통 조상 역시 키스를
할 줄 알았다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
새는 동료 부리 건드려 친밀감 표시
다른 동물도 키스에 가까운 행동을 한다. 여우, 코끼리, 개 등 포유동물은 애정의
표시로 서로의 얼굴을 핥는다. 개가 혀로 사람 얼굴을 훑는 것도 키스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새는 동료 새의 부리를 건드림으로써, 달팽이는 다른 달팽이의 안테나를
만지는 것으로 친밀감을 표시한다.
오동재 신경정신과 전문의(미소의원 원장)는 “침팬지나
유인원도 애정 표현으로 키스를 한다”며 “동물들이 사냥해 입에 물고 온 먹이를
새끼에게 나눠주는 행위에서 서로를 핥는 키스가 발달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스의 기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학설이 있다. 하나는 어미가 새끼 입에 음식을
넣어 주는 과정에서 키스 같은 행동이 발달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런 먹이 주기
행동과는 상관없이 키스는 본능적이라는 학설이다.
키스는 학습에 의한 것이라는, 즉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고 배워서 한다는
학설도 있지만, 이는 본능론과는 근본적으로 충돌하는 입장이다. 동물까지 키스와
비슷한 행동을 해서 키스가 본능적이라면 굳이 배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