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타미플루 안듣는 변종 곧등장?
8시간마다 복제하며 변종 만들어 ‘강한 놈’ 가능성
신종플루가 국내에서는 주춤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감염자가 2500명을 넘어서는
등 확산이 계속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곧 날씨가 추워지는 남반구에서 신종플루가
계속 퍼지면서 강한 독성을 가진 변종으로 바뀌어 올 가을이나 겨울에 북반구로 돌아올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변이에 변이를 거듭하는 특징이 있다. RNA 유전자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DNA나 RNA에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데 신종플루를 비롯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RNA에 유전 정보를 담고 있다.
에이즈 바이러스(HIV) 등 인간에게 치명적 위협을 주는 바이러스는 모두 RNA 바이러스다.
이유는 이들이 끊임없이 다른 모양으로 나타나 치료약의 ‘정조준’을 피해나가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자기복제 주기는 8시간에 불과하다. 8시간마다
자신과 같거나 약간씩 다른 바이러스가 생겨나는 것이다.
이렇게 8시간마다 한 번씩 끊임없이 약간씩 다르게 복제되다 보면 그 중에는 기존
치료약에 내성을 갖는 변종이 언젠가는 반드시 생기게 돼 있다. 매년 유행하는 독감이
해마다 약간씩 다른 변종 바이러스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현대 과학이 아직도 독감을
정복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지금 만드는 백신, 가을 나타날 변종에 효과 있을까
현재는 기존 인플루엔자 치료약인 타미플루와 릴렌자가 신종플루를 치료하는 데
효과를 발휘하지만 이들 약에 내성이 가진 변종이 등장하면 이들 약은 소용없어진다.
또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신종플루에 대한 예방백신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막상
올 가을 이후 나타날 변종에 지금 만든 백신이 효과가 있을지도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충북대 수의과대학 모인필 교수는 “RNA는 한 가닥이 8조각으로 잘려 있는 형태여서
이중 나선으로 돼 있는 DNA에 비해 변형이 쉽다”며 “바이러스 안의 8개 조각이
서로 섞이면 바깥에 있는 H(헤마글루타닌)와 N(뉴라미니데이즈)도 재조합이 이루어지며
여러 변종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플루엔자는 A, B, C형으로 나뉘고 이중 A형은 독성이 강하고 혈청과 반응해
여러 변종 바이러스를 쉽게 만들어 낸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표면에는 혈청형을
결정하는 2가지의 돌기가 있다. 하나는 숙주 세포를 흡착하는 H돌기류이고
다른 하나는 숙주세포를 파괴하고 탈출하는 데 관여하는 N돌기류다.
현재까지 알려진 H는 16종, N은 9종이 있어서 산술적으로 16×9=144형이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번 신종플루는 H1N1형이며 지난해 문제가 됐던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H5N1형이다.
이번 신종플루는 1918년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독감과 사촌지간이다.
당시 스페인독감도 봄에는 독성이 약한 형태로 나타났다가 가을, 겨울에 제2, 제3의
유행이 몰려오면서 가공할만한 파괴력을 발휘한 바 있다.
모인필 교수는 “인플루엔자는 춥고 건조한 계절에 유행하므로 지금은 수그러들어도
가을, 겨울철에 다시 유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또 변이를 잘하는 바이러스의 특성
때문에 앞으로 더 강력해질지 아니면 더 약해질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