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피겨 잘타는 이유 있다
신상진 이대 교수 분석 "회전·점프에 유리한 체형"
여자 피겨 스케이팅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31일 귀국한 김연아 선수 때문에
한국은 지금 ‘김연아 신드롬’에 휩싸여 있다. 전문가들은 그녀가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근거로 많은 연습량, 체력 훈련과 함께 체형, 정신력 면에서도 뛰어났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먼저 피겨 스케이팅은 통상 평균 신장보다 작고 팔다리의 길이도 평균보다 짧은
사람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 선수들을 생각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다. 평균 미국 여성보다는 체형이 작은 선수들이 대개 뛰어난 성적을
거둬 왔기 때문이다.
반면 김연아 선수는 한국 여성의 평균보다는 키도 크고 팔다리도 긴 편이라 이런
‘공식’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김 선수는 키 163cm, 몸무게 43kg으로, 18세
한국 여성의 평균 키 160.7cm, 몸무게 54.1kg에 비교한다면 ‘키는 크고, 몸은 날씬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평균보다는 크지만 국제적 기준으로 보면 김 선수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이상적인 체형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유연한 몸에 순발력까지 갖춰”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신상진 교수는 “빙판 위에서 회전을 할 때 정확한 무게
중심이 필요한데, 이때 키와 몸무게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김 선수는 안정적이고
힘 있는 회전, 점프를 하는 데 이상적인 체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키가 너무 크면 점프와 회전에서 불리할 수 있고, 체력 소모도 많아지는데, 그런
면에서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장의 이은정 피겨스케이팅 강사는 “너무 길지 않은
팔과 다리도 김연아 선수가 가진 장점 중 하나”라며 “적당한 팔 길이는 회전 속도를
조절하는 기술에서 유리하며, 우아한 실루엣을 연출하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강사는 “김 선수는 발레를 배워 유연성이 좋고 순발력이 뛰어나다”며
“피겨에서 점프 뒤 착지하는 동작들은 모두 순발력이 요구되는 기술들”이라고 설명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근육은 연습의 결과
김연아의 특징은 파워 있는 회전과 점프다. 이번 대회에서도 드러났지만 그녀는
짧은 동작으로 높게 점프할 수 있기 때문에 공중 회전 등에서 좋은 점수를 딸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그녀의 점프는 피겨 스케이팅의 교과서 격이라 할 수 있지만,
힘찬 점프에 대해 브라이언 오셔 코치는 “김연아의 점프는 웬만한 남자 싱글 선수들보다도
훌륭하다”고 말했다.
높게 점프해 힘 있게 회전하려면 근육의 힘이 필요하다. 신상진 교수는 “김연아
선수는 근육이 있어도 길고 부드러운 근육이 발달돼 있기 때문에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면서도
파워를 낼 수 있다”며 “복근의 유연성, 허벅지 근육의 탄력 등을 유지하는 스트레칭
훈련으로 이런 몸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 재활의학과 배하석 교수는 김 선수의 몸매에 대해 “가슴과 골반이
크지 않은 것도 피겨 스케이팅을 하기에 매우 적합한 신체 조건으로 보인다”며 “가슴이
크거나 골반 골격이 크면 점프하는 데 더욱 큰 힘이 필요할 뿐 아니라, 공기 저항도
더 많이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승부 근성과 재능 타고나”
이러한 모든 특징은 타고났다기보다는 꾸준한 연습, 그리고 지고는 못 배기는
그녀의 정신력에 따른 결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김 선수는 어릴 때부터 인스턴트
음식 등을 최대한 줄이고, 체중 조절을 위한 식이요법을 꾸준히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정 강사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은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해 과일, 채소
같은 섬유질 음식을 많이 먹으며, 인스턴트 음식은 절대 피해야 할 음식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김연아 선수의 정신력에 대해 그녀가 어릴 때 코치였던 신혜숙 코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녀의 타고난 재능도 무시할 수 없다”며
“머리가 똑똑한 데다가 지기 싫어하는 승부 근성은 가르친다고 얻을 수 없는 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