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뇌 차이는 엄마 차별 때문?
어미 돌봄에 따라 새끼쥐 뇌 다르게 형성돼
남녀의 뇌 특성이 다른 것은 원래 그렇게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출생 뒤 엄마의
보살핌 차이에서 비롯될지도 모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는 남녀의 뇌 차이가
엄마의 자궁 속에서 결정된다는 여태까지의 통설에 반기를 드는 내용이다.
미국 위스콘신대학 앤서니 오저 박사 팀은 쥐 실험을 통해 어미 쥐가 아기 쥐를
다루는 방식에 따라 딸 쥐의 뇌 특성이 일부 바뀔 수 있음을 확인했다.
어미 쥐는 아들 쥐를 더욱 많이 쓰다듬고 빨아준다. 이는 아들 쥐의 생식기 발달에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연구돼 있다.
연구진은 어미 쥐가 아들 쥐에게 주는 보살핌을 딸 쥐에게 베풀 경우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관찰했다. 방법은 매일 정해진 시간만큼 딸 쥐를 마치 어미 쥐가 하듯
쓰다듬어 주는 것이었다.
이렇게 키운 딸 쥐의 뇌를 해부해 보니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수용체 숫자가
보통 딸 쥐보다 훨씬 적었고, 아들 쥐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뇌 속의 여성 호르몬
수용체 숫자가 적은 만큼 여성 호르몬이 미치는 영향이 수컷 수준으로 낮아진 ‘아들
같이 행동할 가능성이 높은 딸 쥐’가 생겨난 것이었다.
쓰다듬어진 딸 쥐의 뇌에서 여성 호르몬 수용체 숫자가 적어지는 이유는 유전자
발현을 막는 ‘뚜껑’이 더 많이 생겨나 에스트로겐 수용체의 발현을 막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쓰다듬어 주는 보살핌의 차이만으로 뇌 구조가 바뀌는 현상이다.
뇌의 이러한 변화는 평생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미국 보스턴 매사추세츠대학 셀리아 무어 박사는 “이 연구를 인간에게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성별 차이는 단순히 유전자와 호르몬만으로
100% 결정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태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남녀의 뇌는 여러 면에서 다른 것으로 밝혀져 있다.
이는 뇌진탕이나 뇌중풍,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 뇌에 일어나는 각종 이상에서
남녀 뇌가 다르게 반응하며, 우울증 빈도도 여자가 남자의 두 배나 된다는 사실 등에서
드러난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과학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 매거진 최신호를
비롯해 온라인 판에 게재됐으며,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등이 최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