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한국인 사망률 높아진다?
기후변화-경제난으로 질병-자살 “빨간불”
2008년은 국민 건강에 있어 숨 가뿐 한 해였다. 광우병, 조류 인플루엔자, 자살,
정신질병자(사이코패스) 등이 하루가 멀다고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2009년은 어떨까.
숨어 있는 우울-분노 폭발하지 않게 예방해야
중, 하층 국민만을 선택적으로 위협하는
2009년의 공포 질병은 ‘경제난’이다.
더욱 삼엄해질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우울증, 불안감, 공포증 등 정신질환과 이에
따른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질 전망이다.
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과 채정호 교수는 “전쟁, 대공황 같은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자살률은 늘어나지 않지만, 현재와 같은 사회적, 경제적 여건에서는 우울증,
불안증 환자가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고 소개했다.
채 교수는 “한국 사회에 우울증, 불안증을 겪는 사람들은 드러난 환자 이외에도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2009년 사회, 경제에 따라 그 중 얼마가 밖으로 드러나면서
2차적으로 문제를 일으킬지가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평소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던 사람들이 사회, 경제에 불만을
품으면서 ‘묻지마’ 살인, 방화 등 돌발 행동을 일으킬 위험성이 충분히 내재돼
있는 상태라는 설명이다.
더욱 암울한 경제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2009년 ‘사회를 향한 정신병’,
또는 자살로 표현되는 극단적인 자해가 분출되지 않도록 정부와 사회의 적극적인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고 채 교수는 말했다.
말라리아 등 더운 지방 질병, 점점 늘어나
기후 변화는 인간의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세계적인 이슈 중 하나다.
아주대병원 예방의학교실 장재연 교수가 발표한 2008년 기후 변화에 따른 건강
피해 보고서에 따르면 1971~2007년 기간 중 한국은 평균 기온과 강수량이 올라가는
추세인 반면, 습도는 떨어지는 추세다.
이 기간 중 연평균 기온은 12.35℃에서 13.79℃로 1.44℃나 올랐다. 강수량
역시 한달 평균 100.5mm에서 121.7mm로 21.2mm나 늘어났다. 반면에 상대 습도는 70.7%에서
62.9%로 떨어졌다.
이렇듯 기온과 강우량이 늘어나고, 습도는 낮아지면서 전에는 없거나 사라졌던
질병, 전염병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2009년도
예외는 될 수 없다.
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임종한 교수는 “특히 수도권 지역은 기온이 해마다 상승해
온대에서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다”며 “기온이 높은 곳에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쯔쯔가무시증이나 말라리아 같은 전염병에 더욱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라리아, 쯔쯔가무시증 이외에도 유행성 출혈열 (신증후군 출혈열), 렙토스피라증,
세균성 이질, 비브리오 패혈증 등이 기후 변화와 관련성이 높으며, 실제로 발병률이
증가 추세에 있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말라리아 환자는 1992~1996년까지 조금씩
늘어나다가 1997년 갑자기 늘어났고, 2000년 최고 발생률을 기록했다. 이어 2004년
반짝 감소했다가 그 뒤 다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모기를 통해 전염되는 말라리아는 고열, 오한, 두통, 전신 통증, 어지럼증, 기침,
오심, 복통, 설사, 수면장애, 피로감 등의 증세를 나타낸다.
쯔쯔가무시증 역시 늘어나고 있다. 1994~2001년 증가세를 기록했으며, 잠시 주춤한
뒤 2004년 이후 전체적으로 증가세를 타고 있다. 이 병은 진드기 유충이 피부에 붙어
피를 빨아먹으면서 감염된다.
야생 들쥐의 배설물이 마르면서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는 신증후군 출열혈은 급증이나
급감 없이 꾸준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1992~1997년 소폭의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다가
1998~2004년 크게 늘어났으며, 2005~2006년 주춤한 뒤 2007년 다시 발병 사례가 늘어났다.
동물의 소변으로 오염된 물, 습한 흙, 식물 등이 사람의 상처나 피부 점막에 닿으면서
감염되는 렙토스피라증은 1998년 급증한 뒤 계속 그 추세를 유지하다가 다시 2006년
이후 급증세를 기록하고 있다.
세균성 이질은 1998년 이후 크게 늘어 2000년 최고 발생률을 기록했지만, 그 뒤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인 것으로 분석됐다.
발병 사례가 늘어나는 질병들은 대개 기후 변화와 관련이 있다.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팀 강영아 연구관은 “날씨가 계속 따뜻해지면서 병을 옮기는 동물도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관리 권준욱 팀장은 “2009년 전염병 예방 대책으로 크게
기후변화에 따른 전염병, A형 간염 등 수인성 전염병, 조류 인플루엔자 같은 인수공통
전염병 등에 대한 예방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올 온도 1도 높아지면 사망률 3% ↑
장재연 교수는 보고서에서 “기온과 사망의 연관성은 U자형, 또는 V자형 그래프로
나타난다”며 “섭씨 17~25도 기후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고, 여기서 벗어날수록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과 김소연 교수는 서울 기온이 섭씨 29.9도를 기준으로 연평균 1도
상승할 때마다 사망률은 3%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2004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 상승으로 서울의 폭염이 7일 이상 지속되면 사망률은 9% 이상 증가하게
된다.
임종한 교수는 “도시 온도가 올라가면 뇌중풍 사망률 역시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고 소개했다.
대기 오염으로 인해 결핵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눈여겨볼 사항이다.
대한결핵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및 사망률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08년 한 해 동안 3만 5000여 명의 결핵 환자가 생겼으며 결핵 사망자 역시 2400여
명이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