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 ‘공정 판단’ 가능한가
‘옳다 그르다’ 판단영역과 ‘벌주나 마나’ 결정영역 달라
지난 1월부터 국민참여재판(배심원 제도)이 시행된 가운데, 과연 배심원은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밴더빌트대학의 법학 및 생물학 교수 오웬 존스와 신경과학자이자 심리학
교수인 르네 마롸 등 연구진은 범인이 나쁜 행동을 했는지 안 했는지를 판단할 때와,
얼마나 벌을 줘야 할지를 결정할 때 뇌의 다른 부위가 사용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피실험자들에게 범죄 행위에 대한 각본을 보여줬다. 각본을 다 본 뒤
피실험자는 범인에게 어떤 벌을 줄지를 처벌하지 않는 ‘0’부터 법정 최고형을 내리는
‘9’까지의 여러 단계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요구됐다.
각본 곳곳에는 주인공이 범죄를 저지르도록 강요됐는지, 협박을 받았는지,
정신적 결함은 없었는지 등 여러 정황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복선이 깔렸다.
피실험자들이 각본을 보고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동안 연구진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RI)으로 피실험자의 뇌 활동 상태를 관찰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피실험자가 결정하는 동안에는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뇌의 오른쪽 배외측 전전두피질 영역의 활발했고 감정을 관할하는
편도 영역은 거의 활동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반면 피실험자가 주인공의 처벌 수위를 결정할 때는 이성적 판단 부위보다는 감정을
관할하는 편도 부위 등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연구진은 앞선 실험을 통해 경제 문제를 둘러싸고 쌍방이 책임 문제를 놓고 대결할
때 역시 주로 동원되는 뇌 부위는 감정을 관할하는 편도 부위라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연구진은 “제3자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할 때는 이성적 판단이 가능하지만, 막상
처벌 수위를 결정할 때나 또는 자신의 직접적 이익과 관계되는 논쟁을 할 때는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정적 결정이 앞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혔다.
존스 교수는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결정할 때 뇌의 여러 부위가 복잡하게 공동작업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법적 판단에 있어서 ‘냉철한 판단’과 ‘따뜻한
감정’의 역할에 대한 오랜 논쟁을 보는 듯한 실험 결과”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신경학 저널인 ‘뉴런(Neuron)’ 온라인판에 11일 게재됐으며,
미국 온라인 과학뉴스 사이언스 데일리, 의학논문 소개 사이트 유레칼러트 등이 최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