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음男=연애용, 고음男=결혼용?
아프리카 토인 남녀의 목소리 선호, 그때그때 다르다
굵은 목소리의 남자가 여자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는 사실은 그간 여러 실험
등을 통해 증명돼 왔다. 심지어 굵은 목소리 남자는 자녀가 더 많다는 연구도 있었다.
그러나 그간의 목소리 연구는 대개 미디어의 영향권 아래 들어 있는 현대 서구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하버드대학의 인류학자 코렌 아피셀라
박사 팀이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사냥과 채집으로 20만년 전 인류가 살던 방식과
비슷하게 살고 있는 하드자 부족을 대상으로 남녀 목소리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하드자 부족 남녀 88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현지에서 다양한 남녀 목소리를 컴퓨터로
높낮이를 바꿔 들려주면서 조사한 결과는 ‘여자는 대체로 굵은 목소리의 남자에
끌리지만, 아기를 기를 때는 비교적 높은 테너형 목소리 남자를 더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하드자족 언어로 ‘안녕’에 해당하는 ‘후잠보’란 말을 다양하게 녹음해
들려 줬다. 우선 여성들은 대체로 미국 가수 배리 화이트처럼 굵은 목소리에 대해
“사냥꾼으로 적당할 것 같다”며 호감을 보였다.
단 예외가 있었다. 아기에 젖을 물리고 있는 여성들은 유독 ‘테너 스타일’의
높은 남자 목소리를 선호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러한 차이에 주목한 연구진은 그 이유를 하드자족의 생활에서 찾았다. 하드자족은
평소 남자는 사냥, 여자는 채집으로 식량을 조달한다. 그러나 일단 아기를 낳아 젖을
물리면 여자는 활동성이 떨어지면서 남자의 식량 조달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연구진은 “보통 여성들이 굵은 목소리 남성에 끌리는 이유는 ‘남자끼리의 싸움
경쟁이나 사냥에서 굵은 목소리 남자가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인식 때문이며, 반면
아기를 기르는 여성이 높은 목소리 남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나에게 더 친절할 것
같다'로 보기 때문이다"고 해석했다.
즉 연애 단계에서는 힘센 남자, 즉 유전적으로 우월하다고 판단되는 남자에 끌리지만,
일단 아기 양육 단계에서는 ‘힘센 남자’보다는 ‘부지런히 식량을 물어오는 남자’가
더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젖먹이가 딸린 여성은 남자의 높은 목소리를 부인에 대한
친절함의 증거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다.
남성들의 선호도 역시 그때그때 다르기는 마찬가지였다. 남성들은 대체적으로
여성의 목소리가 높을수록 호감을 표시했지만, ‘식량을 채집하기 좋은 여자의 목소리’로는
저음의 여성 목소리를 선택했다.
연애 하기에는 여자의 높은 목소리가 좋지만, 식량 조달에는 굵직한 ‘아줌마
목소리’가 더 좋다는 태도다.
남자의 목소리가 왜 사춘기를 지나면서 저음으로 바뀌는가는 그간 진화론적 관점에서
큰 수수께끼였다. 목소리 관련 연구의 전문가로서 이번 하버드대학의 연구를 제안한
장본인이기도 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인류학과 데이비드 풋츠 교수는 “남성의 굵은
목소리는 여성을 유혹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남성들끼리의 싸움에서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즉 더 큰 덩치에서 나오기 쉬운 굵은 목소리가 상대 남성을 제압하는 데 효과를
발휘하고, 이런 효과가 여성에게 성적 매력으로 보이는 발달 과정을 겪었으리라는
해석이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른다면 연애 때 남자는 보다 낮게 깔리는 음성으로, 여자는
높은 하이톤으로 상대방을 유혹하되, 때에 따라서는 결혼 뒤 경제생활에 있어서의
협력 가능성을 내비치기 위해 남자는 가끔 목소리 톤을 높여 사근사근 말해주고,
여자는 ‘나도 경제적 능력이 있다’는 표시를 약간 낮은 목소리로 표현하는 등의
기교가 필요할 것 같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왕립협회보(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최신호에
게재됐으며 영국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일간지 데일리메일 등의 온라인판이
4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