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면접 불안 지나치면 병…이기기 위해선?
평소 가족-친구 앞 시연…직전 바나나-껌 도움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임 모 씨(28.서울시 신림동)는 요즘 ‘꿈을 꾸는
것’이 꿈이다.
잠을 잘 수 없으니 꿈을 꿀 수도 없는 것. 특히 며칠 전 기업들에 서류를 하나
둘 씩 접수한 뒤부터는 잠을 자려고 누우면 고민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날을 꼬박
새우기도 한다. 이 씨가 자신이 없는 분야는 면접. 서류 전형이나 필기시험은 그럭저럭
통과하는 데 면접이나 최종합숙에 들어가면 어김없이 낙방한다.
임씨는 “고3 때 입시 스트레스 때문에 교과서 한 쪽을 수 십 번씩 반복해서 읽는
등 강박증을 겪은 적이 있었다”며 “취업 준비를 처음 할 때는 학점도 높고 자격증이나
봉사활동 경력도 많아 자신감이 넘쳤는데 수십 번 떨어지기를 반복하다보니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고3 때의 악몽 같은 기억이 떠올라 힘들다”고 토로했다.
하반기 취업 시즌이 시작되자 취업 준비생들이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오랫동안
취업을 위해 달려온 취업 준비생들의 상당수는 여러 기업이 일제히 채용을 시작하는
시기가 되면 불안과 우울감에 휩싸인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전홍진 교수는 “취업 스트레스는 따로 분류될
만큼 심각한 정신 질환은 아니지만 장기간 취업을 준비한 사람은 가벼운 불안장애를
보이기도 한다”며 “불안장애가 있으면 시험장이나 면접장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기 때문에 스스로의 의지로 극복하거나 심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면접 전 준비가 불안감을 줄인다
면접은 취업 뿐 아니라 평생 되풀이된다는 인식은 면접 불안감을 줄이는 바탕이다.
기업의 프리젠테이션, 영업, 마케팅이나 이성소개 등도 모두 면접이다.
평소 ‘마음의 고삐’를 잡기 위해서는 틈틈이 복식 호흡을 하면 좋다. 복식호흡은
가슴을 움직이지 않고 의식적으로 배만 부풀렸다 당기면서 깊게 숨 쉬는 것.
자신감은 일반적으로 준비와 비례한다. 그러나 의외로 제대로 준비하는 사람은
드물다. 시험공부는 열심히 하면서 면접은 인터뷰의 특징과 동떨어진 ‘막가파식’으로
준비하는 것.
신문을 꾸준히 읽고 식사하거나 차 마실 때 친구들과 시사적인 문제, 최근 유행에
대해 대화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이때 자기의 주장만 내세우기보다 상대방의
말하는 것을 경청하는 것이 자기의 주장을 펴는 데 더 도움이 된다. 면접장에서 임원들의
질문요지와 동떨어진 얘기를 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대부분 ‘잘 듣고 말하는 훈련’이
안됐기 때문이다.
프리젠테이션의 프로들 대부분이 설명회장과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놓고 시연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취업면접자도 집단면접인지, 단독면접인지 등의 정보에 따라
가족이나 친구들 앞에서 시연을 되풀이하면 면접 당일의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
거울을 보고 연습하는 것보다 실제로 사람들과 연습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면접에 정답은 없다”
취업 스트레스가 심한 취업 준비생들은 마지막 관문이자 임원진을 대면해야하는
면접이 가장 힘든 고비다.
지나치게 긴장하고 불안하면 카테콜라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돼 교감신경을
자극한다. 손에서 땀이 나고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며 혈압도 올라간다. 집중력이
떨어져 질문자가 묻는 질문조차 알아듣지 못할 수도 있다.
압박 질문에 관한 걱정은 면접관의 입장에서 압박 질문을 하는 이유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덜 수 있다.
며칠 전 언론사에 입사 원서를 접수한 김 모 씨(여.27.수원시 곡반정동)는 “작년에
최종 면접에서 한 임원이 ‘전공이 우리가 원하는 쪽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며 “성격이 예민한 편이라 그 말을 들은 뒤 갑자기 긴장돼
어떤 질문을 받고 어떤 대답을 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만큼 면접을 망쳤다”고
말했다.
D제약사 인사 관계자는 “면접은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응시자와 이들의 포장을
벗기고 진짜 모습을 보려하는 면접관의 심리전이다”며 “응시자가 미처 답변을 준비하지
않았을 압박 질문이나 돌발 질문을 통해 짧은 시간 안에 이 사람의 위기 대응력이나
업무수행능력 가능성을 심층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는 면접을 보며 “대학교 때 마리화나를 피워봤느냐”는
식의 질문을 불쑥 던진다. 잡스는 “마리화나를 피웠든 안 피웠든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 대응시 태도와 순발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엉뚱한 질문을 한다”고 털어놓았다.
따라서 당황스러운 질문이나 모르는 질문을 받았을 때 정답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생각나는 대로 솔직히 얘기하면 된다. 압박 질문을 던진 면접관은 답변 자체보다도
답변에 대응하는 응시자의 창의성과 논리력, 얼굴모습과 화법, 태도에 관심을 갖는다.
특히 기업의 경영자들은 긍정적인 태도와 열성에 가장 큰 점수를 부여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한양대병원 정신과 김석현 교수는 “면접을 준비할 때는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나올 것을 미리 떠올려 대비하고 면접장에 가서는 ‘이런 질문 받을 줄 알았다, 내가
어려우면 남에게도 어렵다’라고 생각해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면접을 앞두고 면접에서 생길 수 있는 상황을 미리 떠올리고 돌발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미리 생각해 두면 실전에서는 긴장이 완화되고 둔감해질 수 있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면접 전 바나나, 사탕을 먹는 것도 좋다. 특히 바나나는
골프, 테니스 등 스포츠 선수들이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애용한다. 이용대도 경기
전 꼭 바나나를 먹는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바나나가 좋은 것은 뇌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때문. 최근 껌을 씹으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심리가 안정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으므로 면접 전 껌을 씹다가 면접장에 들어가면서 휴지에 싸서 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전홍진 교수는 “면접을 기다리면서 긴장이 되면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은데
카페인은 심장을 더 두근거리게 하므로 자제해야 한다”며 “숨을 너무 헐떡거리면
더 긴장되므로 호흡을 길게 하며 조급한 마음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취업 스트레스는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고 여러 스트레스 중 한 부분일
수 있으므로 증세가 심하다고 생각되면 전문의와 상담해 강박 등의 다른 큰 원인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