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 납 노출, 범죄자 만든다

미 연구, 혈중 납 농도와 범죄 성향 관계 밝혀내

태아기나 유아기 때 납에 노출되면 성인이 돼서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신시내티 대학 킴 디히트리 박사팀은 1979~1984년 사이에 태어난 250명을

태아기부터 성인기까지 관찰했더니 혈중 납 농도가 높을수록 범죄율도 높았다고 ‘공공과학도서관의학지(Journal

PLoS medicine)’ 최신호에 발표했다.

미국 논문소개 사이트 유레칼러트, 온라인 과학뉴스 사이언스 데일리 등의 29일

보도에 따르면 연구팀은 낡은 수도관이나 창틀 등을 통해 납에 노출 되기 쉬운 집에

사는 임신 여성 250명의 혈중 납 농도와 이들이 낳은 아이들이 7세가 될 때까지 혈중

납 농도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된 뒤 범죄를 저지른 횟수와 수위도

분석했다.

그 결과 한 사람이 범죄를 저질러 체포된 횟수가 많을수록 혈중 납 농도가 높았고

강력 범죄 등 범죄의 수위가 높을수록 혈중 납 농노도 높았다. 전체 연구대상자 250명

가운데 55%가 체포된 경험이 있었고 이들은 18~25세까지 평균 5번 체포됐다. 혈액

1㎗(10분의 1ℓ) 당 납이 5㎍(100만분의 5g)씩 더 들어있을수록 범죄로 인한 체포율은

약 25% 씩 증가했다.

집의 수도관, 페인트, 가연가솔린, 대기 등에 있는 납에 노출되면 체내에 납이

축적될 수 있다. 납 등의 중금속은 몸에 한번 들어오면 밖으로 배출되지 않기 때문에

임산부 체내에 축적된 납 성분은 태아에게도 그대로 전달된다. 어린시절 납에 노출되면

지능이 낮아지고 주의력이 부족하다. 또 충동적이고 불안감을 느끼며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 반사회적 성향 등을 보이기도 한다.

납 노출로 인해 ADHD와 반사회적 성향 등을 보이는 어린이는 18세 이후 성인이

돼서도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커진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제까지 어린 시절 납에

노출되면 갖가지 행동장애를 일으킨다는 여러 조사결과가 발표됐지만 이번처럼 성인이

됐을 때까지 영향을 끼쳐 범죄행위와 직결된다는 연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서는 1978년부터 1986년까지 납 성분 페인트의 판매 사용을 금지한 결과

연방 기준치인 혈액 ㎗당 10㎍ 이상의 납 농도를 보인 어린이가 1978년 135만 명에서

2002년 31만 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 규정이 시행된 이후에 태어난 어린이들의 납 노출은 감소하고 있지만 이번

연구 대상자들처럼 납 성분 페인트 금지 규정이 시행되기 이전에 태어나 현재 20~30세인

성인이나 1978년 이전에 지어져 납 성분이 들어간 페인트칠이 된 집에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납에 노출되어 있다. 현재 미국 내 3800만 가구 중 40%는 납 함유 페인트가

사용된 것으로 파악된다.

디히트리 박사는 “1978년 이후에 태어난 어린이들의 납 노출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지만 이번 연구 대상자처럼 20~30대 성인이나 낡은 집에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납 노출로 인해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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