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호르몬이야! 아빠의 갱년기
[사진=Sarawut Aiemsinsuk/shutterstock]
[남성갱년기! 큰 병 될 수 있다] ② 문제는 호르몬이야! 아빠의 갱년기
김소연(여, 25세)씨는 아버지(52세)가 갱년기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아버지는 늘 피로감을 호소하고 복부비만에 탈모 증상까지 보이고 있다. 너그러웠던 성격도 변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낸다. 김씨는 아버지의 이런 변화가 전형적인 갱년기 증상임을 알게 되자 오는 8일 어버이날에 맞춤형 선물을 준비 중이다.
1. 남성 갱년기도 호르몬 부족이 원인
남성도 중년 여성처럼 호르몬의 변화 때문에 갱년기를 겪는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토론(testosterone)은 30대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갱년기 증상의 원인이 된다. 김씨의 아버지처럼 피로감을 쉽게 느끼고 기억력 저하, 우울감이 자주 나타난다. 근력이 떨어져 하체의 힘이 예전 같지 않고, 체지방이 증가해 뱃살이 나온다. 성 기능도 저하돼 발기부전, 성욕감소로 부부생활이 원만하지 않다.
남성 갱년기는 여성과 달리 증상이 서서히 조금씩 진행되기 때문에 몸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신체의 이상을 느껴도 갱년기 증상이라는 것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직장이나 가정에서 스트레스를 자주 겪는 시기이기 때문에 나이에 따른 당연한 변화로 생각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자신이 갱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여전히 술, 담배를 즐기고 운동도 게을리 하면 대사증후군 등 질병의 위험이 높아진다. 고혈압 및 당뇨병을 비롯한 각종 성인병이 복부비만과 함께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남성 갱년기가 여성보다 위험한 것은 몸의 변화를 감지하기 못하고 다른 질병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사진=Jasminko Ibrakovic/shutterstock]
2. ‘남성’의 상징 테스토스테론의 역할
테스토스테론은 얼굴의 수염, 굵은 목소리, 근육과 같은 남성적 특징을 대표하는 호르몬으로 고환 등 남성의 생식 기관 발달에 관여한다. 뇌의 성 중추에 작용해 성욕을 조절하고 음경, 전립선, 정낭 등 성기능의 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성이 사춘기가 되면 난포자극호르몬(FSH)이 정자를 생산하도록 하고, 황체형성호르몬(LH)이나 간질세포자극호르몬(ICSH)이 테스토스테론 생산에 도움을 준다. 테스토스테론은 일생동안 생산되는데, 남성의 2차 성징이 나타나게 하는 등 ‘남성’ 유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그러나 테스토스테론은 30대 이후 매년 1.2%씩 줄어든다. 반면에 남성 호르몬의 역할을 저하시키는 성 호르몬 결합 글로불린은 매년 1.2%씩 증가해 갱년기의 원인이 된다. 50대에 접어든 김씨의 아버지도 갱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사진=Mama Belle Love kids/shutterstock]
3. 남성 호르몬 부족 시 나타나는 증상들
테스토스테론이 현저히 떨어진 갱년기가 되면 골밀도가 감소하고 근육량이 줄어들어 몸이 물렁물렁해 지기도 한다. 복부비만이 심해지고 팔, 다리가 가늘어져 배만 불룩 튀어나온 체형이 될 수 있다. 작은 움직임에도 쉽게 지치며 우울감, 성기능 감소가 이어진다.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을 앓는 대사증후군이 생기면서 각종 질병도 떠안을 수 있다.
남성 호르몬 부족에 의해 생기는 여러 문제점들을 남성 갱년기 증후군(Andropause Syndrome)이라 하는데, 성욕의 감소와 발기 부전, 지적 활동과 공간 지각능력의 저하, 우울증, 분노 등이 포함된 감정의 변화와 불안정성이 나타난다. 체모 감소로 인한 탈모도 주요 증상이다.
안태영 서울아산병원 교수(비뇨의학과)는 “남성 호르몬은 여러 가지 역할을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지방세포를 분해하는 것”이라며 “남성 호르몬이 모자라면 비만이 생길 수 있고, 비만이 생기면 다시 호르몬 생산을 억제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게 된다”고 했다.
[사진=imtmphoto/shutterstock]
4. 아빠! 문제는 호르몬이야!
김소연씨의 아버지는 자신이 갱년기라는 사실을 모를 수 있다. 노화가 시작된 50대의 자연스런 변화라 생각하고 민감해진 성격도 퇴직 걱정, 자녀 취업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김씨는 어버이날에 남성 호르몬 증진과 관련된 식품을 선물하며 남성 갱년기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다.
이성원 삼성서울병원 교수(비뇨의학과)는 “최근에는 남성 호르몬이 떨어지면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치매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남성 호르몬이 약간 저하됐다면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남성 갱년기는 증상이 심하면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초래한다. 따라서 평소 운동과 절제된 식사로 증상을 완화하거나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30대 이후 나이가 들면서 매년 1% 정도의 근육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유산소운동 뿐 아니라 근력을 보강하는 팔굽혀펴기, 아령, 스쿼트, 웨이트 트레이닝 등이 필요하다. 남성 호르몬 감소는 비만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고지방식을 줄이고 채소와 과일을 자주 먹는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
[사진=marilyn barbone/shutterstock]
남성 호르몬이 줄어들면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 물질도 감소한다. 세로토닌이 급감하면 삶의 의욕이 저하되고 우울감을 넘어 본격적인 우울증까지 앓을 수 있다. 자신의 신체 변화에 대해 주위 사람에게 솔직하게 드러내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갱년기는 부부가 비슷한 나이 대에 겪는 경우가 많다. 두 사람이 식습관과 운동습관을 공유하면서 긴밀하게 대화하면 치료 효과는 물론 유대감도 높아진다. 가장으로서 일에만 파묻혀 지낼 게 아니라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 등 나만의 스트레스 관리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