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과연 동심을 아름답게 만드는데 기여할까?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어린 시절의 기억,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요?
아름답게 포장된 예쁜 기억의 20%는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기억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거죠.
미국 워싱턴대학교가 실험참가자들에게 디즈니랜드에서 토끼 캐릭터인 ‘벅스 바니’를 봤다는 가짜 기억을 심어줬습니다.
그러자 실험참가자의 3분의 1이 벅스 바니를 봤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벅스 바니는 디즈니랜드의 경쟁사인 워너브라더스의 캐릭터이기 때문에 디즈니랜드에 있을 리가 없죠.
어릴 때의 동화 같은 기억은 이런 방식으로 충분히 왜곡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어릴 적 즐겨 읽던 동화, 즐겨 갖고 놀던 장난감이 무의식에 미치는 영향은 뭘까요?
영국 발달심리학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3살짜리 여자아이도 외모 걱정을 한다고 합니다.
무려 31%의 여아가 자신이 뚱뚱해 보이지 않을까 매일 걱정한다고 하네요.
이렇게 어린 아이가 외모 고민을 하는 이유는 동화 속에 등장하는 예쁘고 날씬한 공주 이미지가 신체이미지에 대한 편견을 형성하기 때문이죠.
어렸을 때의 이 같은 편견은 성인이 된 후 식이장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동화뿐만이 아니죠. 장난감 역시 아이들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여아용 장난감은 분홍색, 남아용은 파란색으로 구분하는 방식은 향후 아이의 관심사와 직업 선택에 영향을 미치죠.
아직 정체성을 구축하기 전부터 여성성과 남성성을 강요받게 된다는 겁니다.
물론 동화와 장난감이 부정적인 기능만 하는 건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양치기소년이나 피노키오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유는 뭘까요?
4살 정도가 되면 아이들은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무려 2시간에 한 번꼴로 거짓말을 합니다.
이 시기 양치기소년과 같은 동화는 아이의 귀여운 거짓말이 향후 사기꾼의 엄청난 거짓말로 이어지지 않도록 도덕적 의식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죠.
아이들이 먹기 싫어하는 채소를 먹도록 유도할 때도 동화가 활용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연구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당근이나 시금치처럼 아이가 먹기 싫어하는 음식에 건강한 영양성분이 들어있다는 정보를 주면 아이는 오히려 먹지 않으려 듭니다.
맛없는 음식이라고 인지하기 때문인데요, 이럴 땐 동화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죠.
동화 속 주인공이 채소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나도 한 번 맛있게 먹어볼까?”라는 심리를 갖게 된다는 겁니다.
영국의 일부 장난감 가게들은 성별에 따라 장난감 코너를 나누는 방식을 지양하고 있습니다.
바비인형 제조사도 현실적인 인간 체형에 가까운 바비를 생산하기 시작했죠.
이처럼 장난감과 동화 속에서 편견을 형성할 수 있는 요인을 걷어내면 아이들의 잠재력이 더욱 향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아이가 일찍부터 세상에 대한 좁은 시야를 갖도록 할 것인지, 뜻밖의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만든 것인지는 부모의 현명한 판단에 달려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