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삶에서 제일 중요한 건?
누누이 말했지만 진화에서 중요한 건 ‘번식’입니다. 내가 아무리 뛰어난 머리와 아름다운 몸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번식하지 않으면 곧 사라지고 말아요. 번식은 진화의 유일한 화폐이며, 따라서 번식에 성공한 자는 진화적 의미의 승리자입니다!
그런데 인간을 포함해 암컷과 수컷, 두 가지 성으로 이뤄진 동물에서는 양 성이 나타내는 번식 행동에 차이가 있어요.
번식에 성공한 당신은 승리자! (Annette Shaff/Shutterstock)
2. 우리가 서로 다른 이유
번식 행동의 차이는 왜 생길까요? 그건 번식에 지불하는 비용 차이에 있습니다. 어떤 행동을 하는데 잃을 게 별로 없는 사람은 그 행동을 쉽게 하고 자주 하겠죠. 하지만 잃을 게 많은 사람은 조심하고 잘 따져보고 할 거예요.
대체로 수컷은 번식에 지불하는 비용이 적습니다. 하루에도 수억 마리씩 생산되는 정자를 암컷에게 전달하면 끝입니다. 하지만 암컷은 자식을 임신하며 출산 후에도 자식 양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되죠.
그래서 수컷은 더 많은 암컷과 번식하려 하고, 암컷의 신체적 매력에 더 잘 끌리고, 경쟁자를 제압하고자 폭력적이고 위압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암컷은 수컷이 헌신적인지, 자원이 많은지, 자신에게 기꺼이 자원을 주려 하는지 까다롭게 평가하고 성관계도 쉽게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삶의 괴로움과 슬픔이 여기서 발생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서로에게서 원하는 게 다릅니다. 이런 불일치 때문에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상대가 바라는 것들을 충족시켜줘야 해요. 사랑은 내 맘 같지 않은, 불가사의한 상대에게 느끼는 괴로움에 치를 떨면서도 그에게 뭔가를 주려하는 감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3. 질투는 짝을 지키는 감정 반응
자, 그럼 이렇게 고통스럽게 얻은 내 짝을 지키는 것도 아주 중요하겠죠? 진화심리학자들은 바로 ‘질투’라는 감정이 짝을 지키는 행동을 촉발하는 장치라고 생각해요. 질투는 아주 강렬한 감정이에요. 작은 투정부터 극단적인 행동까지 우리가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삶의 한 부분이죠. 그럼 질투에도 남녀 차가 있지 않을까요? 네, 맞아요. 남성과 여성의 질투는 조금 다릅니다.
남성이 여성에게서 아주 집착하는 게 있어요. 바로 성적 정절입니다. 자신은 자유롭게 번식하고 싶어 하지만 배우자의 성은 통제하려는 ‘이중 잣대’를 갖고 있어요. 웃기죠. 왜 그럴까?
진화심리학자들에 따르면 그건 바로 암컷이 낳은 자식이 자기 자식인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인간의 경우 태아는 여성의 몸에서 수정되잖아요. 즉 여성은 자식이 자신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 100% 확신할 수 있지만, 남성은 불확실하거든요. 이를 ‘부성 불확실성’이라고 합니다(수컷 침팬지는 다른 무리를 정복해 그 무리의 암컷을 소유할 때 그전에 암컷이 나은 새끼를 죽이기도 해요, 무섭죠...).
따라서 이런 예측을 할 수 있어요. 남성은 배우자의 그 어떤 행동보다도 성적 절정을 깨는 행동, 즉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맺을 때 가장 극한의 질투와 분노를 느낄 것이다. 왜? 내 자식이 아닌 자식에게 자원을 투자했기 때문에. 반대로 여성은 남성이 감정적인 헌신을 보여줄 때 가장 큰 질투를 느낄 것이다. 왜? 감정적 헌신은 나와 내 자식에게 갈 자원을 그 사람과 그 사람의 자식에게 투자하겠다는 뜻이니까.
4. 질투에 성차가 있는지 검증해보자
데이비드 버스라는 심리학자는 이런 가설을 실제 검증해봤습니다. 질투 차이가 보편적인지 검증하기 위해 미국, 일본, 한국(!) 세 국가에서 실험 참가자를 모았어요. 여기서 한국 사례를 봅시다! 한국의 대학생 남성 100명과 여성 90명의 참가자는 다음의 질문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 건 무엇인지 답했어요.
1. “자신의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성적 관계를 맺는다고 상상해보세요.” vs. “자신의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깊은 감정적 애착을 맺는다고 상상해보세요.”
2. “자신의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다양한 성적 체위를 즐긴다고 상상해보세요.” vs. “자신의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고 상상해보세요.”
4. 질투에는 정말 성차가 있다
그 결과 예측은 입증되었어요. 남성은 성적으로 부정한 장면을 상상할 때 더 큰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첫 번째 질문에서 남자는 59%가 성적 관계가 더 큰 고통이라고 말했지만 여자는 19%만이 더 큰 고통이라고 말했어요. 두 번째 질문에서도 남자는 53%가 성적 부정이 더 큰 고통이라고 말했지만 여자는 23%만 더 큰 고통이라고 말했어요.
데이비드 버스는 후속 연구에서 참가자의 자기 보고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와 연관된 코르티솔 분비를 측정해 남자가 성적 부정을 상상할 때 정말로 스트레스를 받는지도 측정했어요. 그 결과도 마찬가지로 예측을 입증했죠.
5. 나의 욕망을 잘 알고 슬기롭게 바꾸기
실제로 남성의 질투는 자기 자신과 타인, 사회를 병들게 하는 심각한 문제를 낳기도 해요. 남성이 여성에게 저지르는 감금, 폭력, 살인 등의 어두운 범죄가 배우자의 성을 통제하려는 질투에서 나오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진화심리학은 이런 인간의 어두운 면이 자연스러우므로 옳다고 말하는 게 절대로 아닙니다! 오히려 이렇게 어두운 일이 일어나는 원인을 파악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해요.
우리가 통념적으로 알고 있는 행동들, 인간사를 지배하는 보편적인 감정들은 사실 그냥 생겨난 게 아니었어요. 어때요? 이런 무의식적인 원인에 지지 않고 이성을 발휘할 수 있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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