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는 인간의 낭만적 전유물일까?
키스를 부르는 입술, 도톰하고 윤기가 흐르는 빨간 입술...
이처럼 매력적인 입술을 연출하려는 여성들이 많은데요, 그 이유는 ‘키스’라는 인간의 행위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키스는 그 만큼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상징물이죠.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라는 작품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것도 클림트 특유의 황금빛 화풍에 키스라는 주제가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키스는 인간만이 하는 독특하고 독보적인 행위일까요? 또 인류 보편적으로 어느 나라에서든 로맨틱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을까요?
키스를 혐오스러워 하는 문화도 있다
키스를 아름답고 로맨틱한 행위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일까요?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킨제이연구소가 인류학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양한 국가들을 상대로 키스의 의미를 살펴본 결과, 이를 로맨틱한 행위로 생각하는 문화는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오히려 전염병을 옮길 수 있다는 이유로 키스를 혐오스럽고 역겨운 행위로 생각하는 문화들이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연인들끼리 키스를 하는 문화는 뭘까요? 연구팀은 이를 ‘상대방에 대한 학습’이라고 정의했습니다. 키스를 통해 맛과 향기를 느끼면서 상대방의 건강상태를 파악한다는 겁니다.
키스 10초면 8000만 마리 세균 옮는다
키스가 구강위생을 위협한다고 걱정하는 문화를 가진 나라들이 많은데요, 그럼 과연 키스를 통해 옮겨 붙을 수 있는 세균은 얼마나 될까요?
네덜란드 응용과학 연구소에 따르면 입속에는 700가지가 넘는 세균이 있습니다.또 이 중 키스를 통해 쉽게 전염되는 종류들이 있는데요, 10초만 키스를 해도 무려 8000만 마리의 세균이 상대에게 옮겨 붙는다고 합니다.
키스는 짝짓기 오디션이다
앞서 인디애나대학교 연구팀은 키스가 상대방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수단이라고 보았는데요, 사실 인간이 왜 키스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은 연구자들마다 분분합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는 키스가 ‘짝짓기 오디션’이라고 보았습니다. 상대방과 진지한 관계로 넘어가도 될지의 여부를 평가하는 행위라는 겁니다. 키스가 둘 사이의 친밀감을 평가하는 단초가 된다는 거죠.
또 남녀 간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수단이 된다거나 성욕을 일으키는 자극제가 된다고 보는 과학자들의 의견도 있습니다.
키스가 진짜 건강을 위협할 수 있을까?
키스를 통해 감염률이 높아지는 질병들이 있습니다. 전염병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바이러스 감염질환인 ‘전염성 단핵증’이 딥키스로 감염될 수 있는 질환이죠.
임신부들은 더욱 주의가 필요해요. 영국 리즈대 연구팀에 따르면 사이토메갈로 바이러스가 키스를 통해 임신부에게 전염될 경우 유산, 난청, 뇌성마비와 같은 선천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단 임신 전 6개월간 꾸준히 키스를 해왔다면 면역력이 생겨 위험을 막을 수 있다고 하네요. 보통 결혼 전 6개월 이상은 연애를 하니, 임신한 동안 남편과의 키스를 크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키스는 인간만 할까?
인디애나대의 연구를 통해 모든 문화가 키스를 로맨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죠? 상대의 건강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행하는 행위라면 동물도 키스를 하지 않을까요?
미국 에모리대학교 동물학과 프란스 드 발 박사는 키스를 본능적 행위로 평가하며 인간 뿐 아니라 동물도 키스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그 목적도 다양하다고 보았습니다.
동료와의 긴장감 해소를 위해, 유대감을 높이기 위해, 애정 표시를 위해....등등의 이유로 키스를 한다는 겁니다. 사람과 유사한 침팬지, 고릴라뿐 아니라 개, 여우, 코끼리 등도 키스의 일종인 얼굴 핥기를 합니다.
키스의 기원이 어디에서 비롯됐든, 현재 상당수 문화는 키스를 로맨틱한 행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건강하고 건전한 키스를 위해 몇 가지 알아두면 좋을 팁을 마지막으로 덧붙입니다.
충치는 키스에 의해 전염될 수 있을까요? 연쇄상구균을 비롯한 각종 충치 원인균은 침에 섞여있기 때문에 키스를 통해 전염돼요. 연인의 치아건강을 생각한다면 본인의 치아 관리부터 잘 해야겠죠?
입술에 물집을 일으키는 헤르페스성 구순염도 키스를 통해 옮을 수 있습니다. 위에서 역류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도 침으로 전염돼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을 일으킬 수 있어요.
반면 많은 사람들이 키스를 통해 옮을 것이라고 오해하는 감기는 정작 키스를 통해 잘 옮지 않아요. 감기 바이러스는 코, 목 안 등의 호흡기 점막에 많고 침에는 거의 없습니다. 재채기나 콧물 등에 의해 전염될 확률은 높지만 키스를 통해 전염될 확률은 매우 낮아요. 단 면역력이 약한 아이에게 뽀뽀를 할 땐 좀 더 주의하는 게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