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나' 친구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를 ‘제2의 자신’ 혹은 ‘2개의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라고 칭했습니다. 친구는 그 만큼 나를 투영하는 존재라는 의미겠죠.
그렇다면 진정한 친구란 어떤 존재일까요? 역경이나 불행이 닥쳤을 때 진정한 친구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하는데, 즉 내가 풍요로울 때 혹은 성공했을 때만 옆에 붙어있는 친구는 가짜 친구라는 의미겠죠.
그렇다면 친구가 생물학적으로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친구와 건강 사이의 연관관계를 살펴봅시다.
친하면 유전자까지 닮는다?
현재 내 곁에 있는 절친한 친구는 어쩌면 처음부터 친구가 될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친구를 고를 때 유전자가 비슷하거나 내 유전자를 상호보완해줄 수 있는 상대를 고른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 연구팀이 청소년들의 유전자 지도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친한 친구끼리는 유전자가 흡사하거나 상호보완적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유유상종이란 말이 단지 성격이나 습성만을 칭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유전자까지 의미하는 것일 수 있겠네요.
신체활동 늘리려면 친구가 최고?
가만히 앉아있길 좋아하는 허약한 아이, 어떻게 하면 좀 더 적극적으로 뛰어놀고 신체건강한 사람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까요?
미국 내시빌 밴더빌트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적극적인 친구와 어울려 놀도록 하면 좀 더 활동적인 아이로 변할 수 있다고 하네요. 또래 아이들은 친구와 비슷한 활동 수준을 보이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이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친구 커플의 결별도 전염돼?
하버드대학, 브라운대학, 캘리포니아대학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친한 친구의 결별, 이혼은 전염성이 있다고 하네요. 자신의 결혼 관계마저 파경으로 몰고 가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절친한 친구가 이별을 결심했을 때 마침 나도 배우자 혹은 연인과 위태로운 상황이라면 함께 이별을 강행할 확률이 75% 높아진다는 겁니다. 심지어 친구의 친구가 결별을 했을 때도 나의 결별 위험률이 35% 높아진다고 합니다.
일명 ‘이혼 집단화 현상’이 벌어진다는 건데요,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결혼생활을 좀 더 적극적으로 지지해주고, 결별을 부추기기보단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상담해주는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소녀들, 배반한 친구에게 강하게 보복?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꺄르르 웃는다는 소녀들, 소녀들끼리 재잘대며 웃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도 사랑스럽죠?
그런데 이들의 사이가 깨졌을 땐 그 누구보다 무서운 존재가 될 수도 있다고 하네요. 미국 듀크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10대 소녀들은 친구가 자신을 배반했을 때 강력하게 복수하려는 성향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외로움은 담배만큼이나 해롭다고 하죠. 미국 브리검영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친구 없이 쓸쓸한 생활을 보내는 것은 일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이나 건강에 해롭다고 합니다.
그런데 30대를 넘어서면 친구 관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직장, 결혼, 육아 등이 삶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상대적으로 친구 관계에 소홀해지는 거죠.
중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기 어렵다면 동우회 활동 등을 통해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임상심리학자 안드레아 보니어 박사는 “같은 취미,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과는 우정을 쌓기가 한층 수월하다”고 했습니다. 직장이나 헬스장 등에서 흥미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세요.
건강과 장수를 누리는 중요한 비결 가운데 하나는 ‘친구와의 사회적 유대관계’를 활발히 유지하는 것입니다.
나를 적대시하는 사람이 많아도 한 명의 진실한 친구가 있으면 그래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인간입니다. 험하고 각박한 세상 속에 진실한 관계는 없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나부터 진실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야겠죠.
큰 부담을 느낄 것 없이 친구에게 칭찬 한 번 더, 연락 한 번 더 하는 사소한 실천부터 시작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