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경칩... 달릴까, 걸을까?
경칩(驚蟄)이네요. 원래는 열 ‘계(啓)’에 겨울잠 자는 벌레 ‘칩(蟄)’을 써서 ‘계칩(啓蟄)’이라고 했는데, 한나라 무제의 이름 ‘계(啓)’를 피해 경칩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합니다. 계칩은 ‘겨울잠 자던 벌레들을 이끄는 날’이라면 경칩은 ‘겨울잠 자던 벌레들을 놀라게 해 깨우는 날’이라고나 할까요?
경칩에 짝짜꿍하는 것인지, 낮부터 수은주가 올라갑니다. 모처럼 파란 하늘에 미세먼지도 많지 않아서 산책이나 운동하기 좋은 날.
오늘 같이 봄기운이 번져가는 날, 산책과 달리기 가운데 어느 것이 건강에 좋을까요?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정답은 없습니다. 산책이나 속보로도 땀이 나고 숨이 차다면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나이나 몸 생각하지 않고 무리해서 달리다가 삐끗하면 운동을 안 하느니 못하지요.
그러나 달릴 수 있고, 힘껏 뛰어도 아무 이상이 없다면 굳이 느릿느릿 걸을 필요는 없지요. 거리가 딱딱하지 않고 관절이 뒷받침해준다면 충분히 스트레칭하고 힘껏 달리는 것이 좋습니다. 10~20초 정도 최대 속도로 뛰었다가 2~5분 천천히 뛰는 방법으로 변화를 줘도 좋고요.
달릴 수 있다고 꼭 달려야 하는 것 역시 아닙니다. 봄기운이 땅 아래에서 몸으로까지 전해지는 기분 느끼며 몸이 날아갈 듯, 소요유(逍遙遊)의 행복으로 충만하다면 이 역시 포기할 이유는 없겠지요? 어깨 짓누르는 스트레스를 떨칠 수 있으니까요. 봄이 열리고 만물이 고개를 드는 경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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