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음력 섣달 초여드레. “쌔앵! 우당탕~ 휘잉!” 온종일 ‘바늘 침’처럼 뾰족하게 찔러대는 칼바람. 코끝 얼얼. 다시 찾아온 최강한파. 일주일은 시베리아 북풍이 몰아쳐 춥고, 그 다음 일주일은 중국대륙의 서풍이 불어와 온 세상 미세먼지가 자욱하다. 바야흐로 ‘칠한칠미(七寒七微)’ 시대. 사흘 춥고 나흘 따뜻하던 ‘삼한사온(三寒四溫)’은 이미 인간들의 환경파괴로 사라진지 오래. 종종걸음에 잔뜩 웅크린 사람들. 두툼한 점퍼에 털장갑목도리. 마스크에 벙거지차림. 뚱뚱한 ‘복면 인간’들의 세상.
동요 ‘고향의 봄’ 작사 이원수선생(1911∼1981)이 ‘지상의 소풍’을 끝내고 하늘나라로 가신 날. 홍난파 작곡으로 1927년 발표. 4분의 4박자 내림나장조 곡, 보통빠르기의 두 도막형식. 그 눈물 없던 어린 시절, 저마다 가슴에 새겨진 꽃대궐, 우리들의 옛 고향.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다들 낯선 서울까지 올라와 생고생들 하고 있을까.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도 모른 채, 빌딩숲을 헤매고 다니는 걸까. 썩은 고기를 찾아, 사막을 킁킁거리는 하이에나처럼, 왜 그리 정신없이 떠돌고 있을까.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울긋불긋 꽃 대궐 자리인 동네/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꽃동네 새 동네 나의 옛 고향/파란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산골 마을. 아궁이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 발갛게 이글이글 달아오른 잉걸불. 집집마다 하늘 곧게 피어오르는 밥 짓는 연기. 탱자나무 울타리 재잘재잘 수다 떠는 참새들. 마루 위 주렁주렁 매달린 메주덩어리와 붉은 곶감. 딸랑 딸랑! 외양간의 맑은 워낭소리. 늙은 암소 눈 끔벅끔벅, 쉼 없는 되새김질. 순한 왕방울 눈. 코뚜레 주변 하얗게 방울지는 더운 입김. 그 느긋한 평화! 그 아늑한 사랑! 어찌 꿈엔들 잊힐리야!!
김화성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