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지도 못하면 밥이나 사라!!
음력 동짓달 그믐날. 전국 흐리고 가끔 비. 어제 몰려온 자욱한 미세먼지가 빗물에 좀 씻겨 내려갈까. 눈에 안 보이는 지름 10㎛ 이하(머리카락 굵기의 최대 7분의 1)의 작은 먼지. 황산염, 질산염 등의 독성 물질. ‘공기(air)+종말(apocalypse)’의 ‘에어포칼립스’ 세상. 2014년 1월초 베이징 미세먼지농도 m³당 993μg.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 m³당 25μg의 약 40배. 서울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25.2㎍/㎥, 하지만 요즘엔 100㎍/㎥이 넘을 때가 많다. 뉴욕 13.9㎍/㎥, 로스앤젤레스17.9㎍/㎥, 런던16.0㎍/㎥, 파리15.0㎍/㎥. 한국에선 경기도가 32㎍/㎥로 전국 최고.
미세먼지는 자동차 매연, 공장굴뚝에서 나온 유독물질·중금속 등이 대기 중에서 광화학반응 통해 만들어진 것. 황사는 중국몽골 건조지대의 흙먼지가 바람을 타고 오는 자연현상이지만, 미세먼지는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만들어진 인위적 오염물질. 겨울철 석탄의존도 70%인 중국에서 스모그가 발생하면, 이것이 서풍, 북서풍 타고 우리나라로 날아온다. 우리나라 오염물질의 30~50%가 중국에서 발생. 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허파꽈리 등 호흡기의 가장 깊은 곳까지 침투하고, 여기서 혈관으로까지 흘러 들어간다.
사람들은 그 먼지 속을 분주하게 오고간다. 다들 어디를 그리 바삐 오갈까. 사람과 먼지가 뒤섞여 부옇게 떠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사마천은 말한다. “천하 사람들이 즐겁게 오고 가는 것은 모두 이익 때문이며, 천하 사람들이 어지럽게 오고 가는 것도 모두 이익 때문이다”
그렇다. 결국 돈을 쫓아다니는 것. 돈바람에 모두들 얼이 빠져 오늘도 정신없이 동서남북 오고간다. 돈이란 초미세먼지나 연탄가스 같은 것. 연탄불은 방구들을 뜨뜻하게 해줄 정도로 한겨울 식구들이 따뜻할 만큼만 필요하다. 잘 나지 않으면 착하면 되고, 착하지도 못하면 주위에 밥이나 한 번 더 사면 될 일이다.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간다 지나간다, 환한 햇빛 속을 손을 흔들며……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온통 풀 냄새를 널어놓고 복사꽃을 울려놓고 복사꽃을 울려만 놓고, 환한 햇빛 속을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김춘수 ‘서풍부(西風賦)’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