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이 멋진 또 다른 이유
[이성주의 건강편지]베트남의 기적
박항서 감독이 멋진 또 다른 이유
<사진 출처: VOV 베트남의 소리 방송>
“선수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너희는 잘 싸웠다. 당당히 고개를 들어라’고 말해줬습니다.”
U-23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우즈베키스탄에게 연장전 1분을 남기고 역전골을 허용, 아쉽게 진 베트남 대표 팀 박항서 감독의 말이지요.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베트남 팀은 고개를 들 자격이 있었습니다.
조별 예선에서 한국, 호주, 시리아와 함께 ‘죽음의 조’에 편성돼 승점 1점을 따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결승전까지 진출했습니다. 8강전과 4강전에서 ‘우승 후보’ 이라크, 카타르를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물고 늘어지면서 자신들도 지칠 대로 지쳤겠지요. 결승전이 벌어진 창저우 경기장에서는 베트남에선 보기조차 힘든 폭설이 내렸습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선전을 펼쳤으니 박수를 받고도 남을 만하지요.
우리나라 일부 언론에선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아시아 규모 대회 첫 4강 진출”이라고 보도했지만 그럴 리가 있나요? 아시안컵에서는 1956년, 60년에 남베트남(월남)이 4위를 했고 68년엔 버마(미얀마)가 준우승을 하기도 했습니다. 72년엔 태국, 캄보디아가 나란히 3, 4위를 했지요. 아시안게임에서는 미얀마가 66년 금메달을 딴 데 이어 70년 우리나라와 함께 금메달을 따기도 했습니다.
박 감독은 베트남 국민들에게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우리 국민이 느꼈던 자신감과 기쁨을 선물했습니다. 쩐 다이 꽝 국가주석으로부터 훈장도 받습니다.
박 감독은 선수시절 ‘악바리’로 불렸던 미드필더였습니다. 작은 키에다가 20대부터 벗겨진 머리, 미남과는 거리가 먼 얼굴로 ‘여성 팬’은 적었을지라도, 죽어라고 달리며 팀에 승리를 안긴 선수였습니다. 1988년 럭키금성 팀에서 은퇴하고 10년간의 코치 생활을 거쳐 경남 FC, 전남 드래곤즈, 상무 등의 감독을 맡았었죠. 감독 때에는 구단의 부족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준수한 성적을 내곤 했습니다. 상무 팀 계약이 끝나자 유소년들을 가르치다가 창원시청 감독을 맡기도 했습니다.
‘박항서’란 이름 석 자는 2002년 한일월드컵의 코치로 기억되고 있지요. 히딩크 감독과 선수들을 연결하는 고리였습니다. 황선홍 선수가 폴란드전에서 첫 골을 넣고 박 코치에게 달려와 안기던 장면 기억나시나요? 그는 히딩크가 떠난 뒤 국가대표 팀 감독을 맡았지만, 그해 열린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고 경질됩니다. ‘박항서 호’는 준결승에서 이란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지만 김은중, 김두현 등이 골대를 맞추는 불운 끝에 승부차기로 졌습니다. 3, 4위전에서 태국을 3대 0으로 이겼지만 국민 기대에 못 미쳤다는 이유로 잘린 것이죠. 그러나 박 감독이 경질된 것은 축구협회의 말을 순순히 듣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합니다. 차범근, 조광래 감독처럼 말입니다.
박 감독은 지난해 베트남축구협회로부터 대표 팀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흔쾌히 수락합니다. 지금까지 그의 삶이 그래왔듯, 또 도전의 길을 택한 겁니다. 부인 최상아 씨도 기꺼이 남편의 도전을 믿고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고 합니다. 박 감독은 대표 팀을 맡고 선수들의 문화부터 바꿉니다. 식당에서는 휴대전화를 갖고 오지 못하게 했고 서로 대화하게 했습니다. 식단도 스태미나를 강화할 수 있도록 바꿉니다. 전략적으로는 수비를 강화하는 스리백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선수들과 함께 뛰며 강력한 승부근성을 심겨줬습니다. 국가대표시절 ‘악바리’란 별명을 가졌던 또 다른 선수, 이영진 수석코치의 참모 역할도 큰 힘이 됐을 겁니다.
박 감독의 언론 인터뷰를 보면 참 소박하고 심지가 곧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경상도 사투리의 눌변인데다가 미남은 아니어서 ‘교언영색’은 하고 싶어도 못할 사람입니다. 아부나 정치, 술수, 이런 데에는 '젬병'으로 보입니다.
박 감독의 이력을 검색하다가 어느 글 구석에서 ‘플랜비스포츠의 이사장’이란 직함을 찾았습니다. 박 감독은 소년원생의 멘토로 활동하고 소외계층 청소년을 위해 축구 캠프를 열다가 이 단체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단체 소개 글을 읽다가 코끝이 찡했습니다. 국민들에게 스포츠 정신을 보급하는 목표 아래 은퇴한 운동선수들에게 장애인, 취약계층 등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연결고리를 제공하는 협동조합이었습니다. 박 감독은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스포츠는 ‘인생학교’입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도덕, 의무, 협동심 등 모든 가치를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포츠는 분명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더 행복한 사회가 되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런 지도자가 비록 대한민국에서는 활짝 꽃피지 못했지만, 지구촌 어디에선가 빛날 수 있다는 것, 감사한 일입니다. 어떤 외교관보다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박 감독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정현 선수의 발
자랑스러운 정현 선수가 돌아왔죠? 정현의 발이 사람들을 먹먹하게 했는데…, 괜찮을까요?
정현 선수의 발을 치료했던, 우리나라 족부 치료의 대가 이경태 정형외과 원장에게 물어봤습니다.
오늘의 음악
첫 곡은 베트남 여가수 빅풍의 즐거운 노래 ‘언제 시집갈래?’ 준비했습니다. 지난해 초에 크게 히트한 노래인데, 베트남에서도 명절에 친척이 결혼 문제로 스트레스 주는 것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 같네요. 베트남전쟁이 배경인 영화 ‘님은 먼 곳에’ 주제가 이어집니다. 거미의 노래가 더 애절하긴 한데 수애의 노래도 좋네요.
♫ 언제 시집 갈래? [빅풍] [듣기]
♫ 님은 먼 곳에 [영화 OST]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