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술... 세계 최고 록그룹의 해산도 술 때문

[이성주의 건강편지]레드 제플린의 추락

술술술... 세계 최고 록그룹의 해산도 술 때문

“우리는 소중한 친구를 잃었다는 점과 그 친구의 가족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알립니다. 고인과의 쩍말없는 조화를 계속 하기 위해서 이 상태를 끝내기로 결정했습니다.”

    
1980년 오늘 세계의 록음악 애호가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뉴스를 듣습니다. 10여 년 동안 세계의 록음악을 이끌어왔던 영국의 레드 제플린이 해체를 선언한 것이지요.
    
레드 제플린은 세계 3대 기타리스트를 배출한 <야드버즈>의 후신으로 만들어져 이날 해체될 때까지 발표한 9장의 앨범 모두를 빌보드 차트 10위 안에 올렸고, 6개를 1위로 만들었던 록의 전설이지요. 2억~3억 장의 앨범을 판매했다고 합니다.
    
이 그룹은 독일의 페르디난트 폰 체펠린 백작이 만든 비행선에서 이름을 따왔는데, 이 비행선은 술 때문에 추락했습니다. 이 그룹의 드러머 존 보냄이 캐나다 공연 기간에 보드카 40잔 정도를 마시고 세상을 떠났던 겁니다. 존 보냄은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의 별장에서 술에 취한 채 잠에 들었는데 다음날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잠결인지, 술김인지 구토를 하다가 기도가 막혔다고 합니다.
    
존 보냄이 죽었다는 소식에 당대 최고의 드러머들이 “레드 제플린의 비행을 멈출 수는 없다”고 자신이 빈자리를 채우겠다고 나섰지만, 남은 멤버들은 친구와의 우정과 보냄의 가족을 생각하며 해체를 결정합니다.
    
멤버들은 해체 27년 뒤 41세가 된, 친구의 아들에게 드럼을 맡겨 재결합 공연을 합니다. 온라인에서 무려 2000만 명이 티켓을 신청해서 기네스북에 올랐고, 한 자선 경매에서 이 공연 티켓 2장이 무려 1억5600만원에 낙찰돼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남은 멤버들은 60대의 나이에도 젊은이들을 열광시키는 공연을 합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젊은 마음’의 60, 70대 가수들이 많다면 세대 갈등도 좀 줄어들 텐데…. 어쨌든, 알코올은 록음악의 역사도 바꿨습니다. 레드 제플린이 헤비메탈을 계속 이끌어갔다면, 음악의 시대가 이처럼 빨리 저물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존 보냄의 비극이 먼 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잘 아시죠? 제 주위에서도 술 마시고 잠에 들었다가 못 깨어난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술에 대해서 너무 관대합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문제는 술로 해결하고, 서울 도심의 옥외광고판에서 아침부터 술 광고를 하지요. 하지만 술은 온갖 사고의 원인이고, 만병의 근원입니다. 간, 위, 식도, 췌장 등 소화기뿐 아니라 뇌, 심장, 근육, 뼈, 관절 등을 공격합니다. 성기능장애의 주범이기도 합니다. 사고나 병으로 가족을 평생 눈물짓게 하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연말에 술자리가 계속 노크하고 있는 분 많을 겁니다. 술에는 장사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주당이라던 전설의 스포츠인도 최근 술병 때문에 건강을 잃고 힘들게 지내고 있더군요.

올 연말은 가급적 술 없이도 즐겁게 보내시기를 빕니다. 40대 이상은 해마다 알코올분해효소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것을 명심하고 주량을 줄이셔야 합니다. 레드 제플린도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했는데, 가족 생각을 해서라도 술 조심,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사람이 술을 마시는데 그쳐야지, 술이 술을 마시고, 술이 사람을 마시는 지경까지 가서는 안 되겠죠?  

송년회 술로부터 건강 지키기

①송년회는 가급적 뮤지컬공연, 영화를 보거나 스포츠를 함께 하는 등 <문화 송년회>로 대체한다.
②송년회가 저녁자리라면 술 위주가 아니라 맛있는 음식 위주로 한다. 건배 술이 필요하다면 와인이나 수제맥주 등 적게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정한다.
③자신의 주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이상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주량은 취하는 것이 아니라 알딸딸할 정도.
④피할 수 없는 술자리라면 물, 안주와 함께 천천히 마시는 것이 최우선. 가능하면 ‘원샷’ 보다는 꺾어 마신다.
⑤술 보다는 대화를 즐긴다. 좋은 대화 내용을 메모하면서 마시면 더욱 좋다.
⑥음주 전후와 다음날엔 꼭 식사를 하고 물을 자주 마신다.
⑦업무상 술을 꼭 마셔야 한다면 주종을 와인으로 바꾸고 술도 음미하는 버릇을 가진다.
⑧1차만 간다, 11시 이전에 귀가한다, 술은 한 종류만 마신다 등 자신만의 ‘보호책’을 정해서 실천한다.
⑨한 번 술을 마시면 적어도 이틀은 쉰다. 술이 질펀한 송년회가 연이어 있다면, 꼭 참석해야 할 자리만 가거나, 일부 술자리에서 ‘선약 핑계’를 대서라도 일찍 일어난다.
⑩술 때문에 실수가 잦았던 사람은 이번 기회에 아예 술을 끊어 술로부터 자신과 주위사람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 술을 끊어도 술자리에서 지내는 데 큰 불편은 없다.

오늘의 음악

레드 제플린의 노래 세 곡 준비했습니다. 첫 곡은 몇 번 소개해드렸죠? 1970년대 록음악을 대표하는 노래, ‘Stairway to Heaven’의 1975년 공연실황입니다. 둘째 곡은 해체 직전 발표한 음반에 실린, 보컬 로버트 플랜트의 샤우팅 창법이 몸서리치게 만드는 ‘I’m Gonna Crawl’입니다. 셋째 곡은 2007년 O2 Arena 공연에서 60대 할배들과 먼저 떠나보낸 친구의 아들 제이슨 보냄이 함께 연주하는 ‘Kashmir’입니다. 코메디닷컴의 엔돌핀발전소에서는 레드 제플린의 다른 명곡들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Stairway to Heaven [레드 제플린] [듣기]
♫ I'm Gonna Crawl [레드 제플린] [듣기]
♫ Kashmir [레드 제플린]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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