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에 서려있는 사랑과 희생의 마음

[이성주의 건강편지]단풍 드는 시월

단풍잎에 서려있는 사랑과 희생의 마음

무어라 말씀하셨나,

돌아서 옆을 보면
화들짝 붉히는 낯익은 얼굴.
무어라 말씀하셨나,
돌아서 뒤를 보면
또 노오랗게 흘기는 그 고운 눈빛.
가을 산 어스름 숲속을 간다.
붉게 물든 단풍 속을 호올로 간다.
산은 산으로 말을 하고
나무는 나무로 말하는데
소리가 아니면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 하루 해는
설키만 하다.
찬 서리 내려
산은 불현듯 침묵을 걷고
화려하게 천자만홍 터뜨리는데
무어라 말씀하셨나.
어느덧 하얗게 센 반백의
귀머거리,
아직도 봄 꿈꾸는 반백의
철딱서니.
    
-오세영의 ‘단풍 숲속을 가며’
    
그저께 가을비가 내리더니, 수은주가 뚜두둑 떨어졌습니다. 이제 한반도가 붉게, 노랗게 몸을 비틉니다. 시월 첫날부터 설악산과 오대산에 단풍 소식이 오더니 이번 주에는 지리산, 가야산까지 단풍에 물듭니다.
    
단풍(丹楓)에는 나뭇잎의 사랑과 희생을 볼 수가 있지요. 나뭇잎은 ‘춥고 목마르고 배고픈 겨울’에 나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소중한 영양소를 분해해서 줄기로 이동시키고 희생의 길을 갑니다. 낙엽이 되는 거지요. 이 과정에서 엽록체의 초록색 때문에 보이지 않던 색소들이 드러나는 것이 바로 단풍이라는 것, 잘 아시죠?
    
세상은 온통 메마른 것 같지만 돌아보면 사랑과 희생으로 푼푼합니다. 단풍 같은 사람, 주위에 의외로 많을 겁니다.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까요?

단풍 산행 건강을 위해서

주말에 단풍놀이 가시면 건강에도 신경 쓰세요. 의외로 단풍놀이 갔다가 골병드는 사람이 많답니다.
    
①준비 철저=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배낭에 비옷과 여벌조끼 등을 챙긴다. 등산화 안쪽에 비누를 문질러 놓고 바닥에 파우더를 뿌리면 신발과 발의 마찰이 줄어 물집이 생기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②무리하지 않는다=특히 초보자는 땀이 나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걷는다. 일몰시간까지 내려오기 어려울 때에는 등정을 고집하지 말고 중간에서 길을 꺾어 내려온다.
③천천히 걷는다=돌부리의 모서리를 밟으며 천천히 올라가며 무릎이 아프면 무조건 쉰다. 내려올 때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④바른 자세로=의식적으로 양다리에 똑같은 체중을 두고 천천히 걷는다. 올라갈 때에는 발뒤꿈치부터 발바닥 앞꿈치 순으로, 내려올 때에는 발바닥 전체로 디딘다는 기분으로 걷는다. 뛰면서 내려오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다가는 큰 사고가 날 위험이 있다.
⑤도로에서 스트레스를 풀라=단풍행렬의 정체는 스트레스거리. 운전석에서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손으로 천장까지 손을 뻗는 동작이나 양쪽 어깨를 귓불 부분까지 끌어올렸다 내리는 것을 되풀이한다. 최소 1시간에 한번은 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켜거나 가볍게 제자리 뛰기를 한다.
    
<제 316호 건강편지 ‘이월 꽃보다 붉은 단풍’ 참조>

오늘의 음악

고엽을 듣지 않을 수가 없겠죠? ‘재즈의 카멜레온’ 마일스 데이비스와 캐넌볼 애덜리의 협연으로 준비했습니다. 1997년 오늘 세상을 떠난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s’ 이어집니다. 최근 개봉된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에서 멀린이 이 노래를 불러 다시 화제가 됐죠?

♫ Autumn Leaves [마일스 데이비스 & 캐넌볼 애덜리] [듣기]
♫ Take Me Home, Country Roads [존 덴버]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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