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은 운명교향곡을 작곡한 적이 없다?

[이성주의 건강편지]베토벤 5번교향곡

베토벤은 운명교향곡을 작곡한 적이 없다?

밤밤밤바~, 밤밤밤바~, 18008년 오늘(12월 22일), 오스트리아 빈 극장에서 루트비히 반 베토벤이 5번 교향곡을 세상에 선보입니다. 그 웅장함에 모두가 넋을 잃을 만했지만, 청중들은 눈을 짓누르는 눈꺼풀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비평가들도 얼마 동안은 이 명곡에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베토벤은 그날 너무 많은 곡을 연주했습니다. 그는 교향곡 6번에서 시작해서 합창 환상곡까지 4시간 동안 무려 여덟 곡을 선보였습니다. 청중들은 지쳤고, 집에 가고 싶을 마음이 굴뚝같을, 마지막 합창 환상곡에서는 교향악단이 실수를 해서 다시 연주하기까지 했습니다. 중간에 연주했던 5번 교향곡이 기억에 남을 리가 없겠죠?
    
게다가 5번 교향곡은 이전의 교향곡에 비해서 지나치게 웅장했던 데다 연주도 썩 뛰어나지 않았습니다. 피아노 연주자가 연주에 손을 드는 바람에 베토벤이 직접 연주했지만, 난청이 악화되는 중이어서 교향악단과 호흡을 잘 맞추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보석은 언젠가 빛나기 마련이지요? 1년 반이 지나서 비평가이자 작가인 에른스트 호프만이 이 교향곡에 대해서 절찬을 하면서 음악계가 귀 기울이기 시작합니다. 세계적 교향악단이 잇따라 연주하면서 숨어있던 보석의 진가가 드러나게 되고요.
    
우리나라에서는 ‘운명 교향곡’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서구에서는 “그게 뭐지요?”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운명 교향곡은 ‘음악의 아버지,’ ‘음악의 어머니,’ ‘악성’ 등 이름붙이기 좋아하는 일본인이 만든 별명입니다. 서구에서는 ‘다 단조 교향곡’으로 더 유명하고, ‘승리 교향곡’이라는 별칭이 있습니다.
    
승리 교향곡은 5번 교향곡의 라틴어 숫자 ‘V’가 승리의 영어 ‘Victory’의 첫 자 ‘V’와 모양이 같기 때문에 이름 붙었다고 합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운명 첫 도입부는 모스 부호의 ‘V’자와도 같습니다. 교향곡 도입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BBC 방송의 뉴스 시그널로 쓰였는데 전쟁 승리를 염원하는 뜻이 담겼다고 합니다. 적국인 독일 작곡가의 음악을 빌리는 것이 쉽지 않았을 건데, 영국인들은 베토벤을 독일 작곡가가 아니라 인류를 대표하는 음악가로 인정한 것이겠지요?
    
일본인이 ‘운명 교향곡’이라는 이름을 붙인 데에는 아마 비서 안톤 쉰들러의 글이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그는 “베토벤이 내게 ‘운명은 이처럼 문을 두드린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피아노 교본으로 유명한, 제자인 카를 체르니는 “베토벤이 빈의 프라터 공원을 지날 때 들은 노랑촉새의 노랫소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전합니다.  비평가들은 ‘뻥’이 심했던 쉰들러보다 체르니의 주장에 무게를 더 주고 있습니다.
    
운명 교향곡은 1804년 3번 교향곡을 완성한 뒤 작곡이 시작됐지만, 다른 곡 때문에 작업이 미뤄지다가 4년 만에 완성됐지요. 이 때문에 같은 날 초연된 6번보다도 늦게 세상에 선을 보였습니다. 
    
우리나라 비평가들은 1악장에서 시련과 고뇌, 2악장에서는 다시 찾은 평온함, 3악장에서는 쉼 없는 열정, 4악장에서는 운명을 극복한 환희가 느껴진다고 해석합니다. 그러나 독일 음악사학자 파울 베케르는 각 악장에 ‘몸부림(Struggle),’ ‘희망(Hope),’ ‘의심(Doubt),’ ‘승리(Victory)’의 별칭을 달았습니다. 교향곡을 ‘운명’으로 보느냐, ‘승리’로 보느냐에 따라서 똑같은 곡의 해석이 달라지는 것이죠.
    
사람은 이미 주어진 사고 틀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기 마련이라는 것, 음악사의 최고 명곡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나 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오늘, 밤밤밤바, 밤밤밤바~, 베토벤의 5번 교향곡을 감상하며 여러분 삶의 운명 또는 승리에 대해서 생각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속삭]섹스로봇의 시대는 언제 올까?

우리나라에서는 관세청에서 사람을 빼다 박아서 밤자리도 같이 할 수 있는 인형의 수입을 막고 있지만, 외국에서는 섹스로봇 개발 전쟁이 뜨겁습니다.

19~20일 영국 런던에서는 ‘로봇과의 사랑과 섹스 컨퍼런스’가 열리기도 했는데, 영국 남성의 40%가 5년 내에 섹스로봇을 살 것이라는 충격적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섹스로봇을 통한 개인 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섹스로봇에 대한 연구결과와 뉴스 훑어보실까요?

☞섹스로봇의 미래와 위험 살펴보기

 
 

오늘의 음악

베토벤의 5번 교향곡을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의 연주로 감상해보시지요. 이어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을 크리스티안 짐머만과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의 협연으로 준비했습니다.

♫ 베토벤 교향곡 5번 [카를로스 클라이버] [듣기]
♫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크리스티안 짐머만] [듣기]

    이성주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