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을 따라 떠난 음유시인, 레너드 코헨

[이성주의 건강편지]음유시인 코헨

연인을 따라 떠난 음유시인, 레너드 코헨

분노, 걱정, 당혹의 글자들이 뒤덮인 일간지의 안쪽 귀퉁이에서 우수(憂愁)의 소식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지독히도 을씨년스러운 병신년(丙申年) 늦가을, 우수수 떨어진 낙엽 사이로 레너드 코헨의 부음 소식이 뒹굴고 있었습니다. 어제는 종일 그의 노래를 듣고 또 들었습니다. 아파하고 슬퍼하고 방황하던 때의 기억들이 코헨의 저음을 타고 꿈틀꿈틀 되살아났습니다.
 
캐나다의 ‘음유시인’은 7일 암과의 투병 끝에 눈을 감았고 10일 공식 발표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선 12일 신문에서 뒤늦게 부고가 떴고요. 코헨의 노래를 함께 듣던 친구들의 얼굴과 함께 고교 시절 하숙집 아주머니가 “(이렇게 못 부르는 노래가) 가수의 노래일 리는 없고 학생이 녹음한 거지?”하고 묻던 일, 대학 복학 뒤 하숙방의 영문과 후배의 교과서에서 레너드 코헨의 시들을 발견하고 미소 짓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쳤습니다.
 
코헨은 ‘캐나다의 서울대’에 해당하는 맥길 대에서 문학을 전공한, 영미문단이 주목한 시인이자 소설가였습니다. 1960년대 중반에 미국의 여가수 주디 콜린스에게 ‘Suzanne’을 만들어줬다가 그녀의 손에 이끌려 가수로서 정식 데뷔를 합니다. 코헨은 그때까지 스스로 노래를 잘 부르지도, 기타를 잘 치지도 못한다고 생각했다는데, 콜린스가 지미 헨드릭스의 사례를 들며 무대로 이끌었다고 합니다. 그의 깊은 노래에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코헨은 사람의 본성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종교, 정치, 사랑 등 다양한 주제의 시에 선율을 입혔습니다. EBS 방송에서 방영된 한 외국 다큐멘터리 시리즈에서 코헨을 마이크 올드필드와 함께 팝의 미래를 이끌 양대 산맥으로 꼽았던 것이 아련하게 기억나네요.
 
코헨은 1967년 첫 앨범을 발표했는데, 앞면의 첫 곡이 ‘Suzanne’이고 뒷면의 첫 곡은 ‘So Long, Marianne’입니다. ‘So Long Marianne’은 1970, 80년대 우리나라 음악 감상실의 단골 신청곡이었는데, 매리앤은 코헨의 연인입니다.
 
코헨은 1960년대 중반 홀연 캐나다를 떠나 그리스의 히드라 섬에서 시와 소설을 씁니다. 그의 주거지는 아침, 저녁에 한 시간씩만 전기가 들어오는 아파트였는데, 같은 아파트에서 살던 노르웨이의 유명작가 악셀 옌센이 코헨의 여자 친구를 꾀어가고 아내와 아들을 버렸습니다. 그 버려진 아내가 매리앤 일렌이었습니다. 코헨은 그녀와 사랑에 빠져 10년 가까이 함께 삽니다. 매리앤이 우연히 창가의 새를 보고 모티브를 준 노래가 ‘Bird on the Wire’였고, 두 사람이 헤어지고 코헨이 매리앤을 위해 지은 노래가 바로 ‘So Long, Marianne’입니다.
 
매리앤은 사업가와 재혼해서 세 딸을 낳고 평온하게 살다가 지난 7월 말에 백혈병 때문에 세상을 떠납니다. 코헨은 매리앤이 눈을 감기 전에 편지를 씁니다. 이 편지는 ‘옛 사랑’에게 전달됐고 장례식에서도 읽혀졌지요.
 
“우리는 이제 늙었고 우리의 신체는 허물어지고 있네요. 나도 곧바로 당신을 따라갈 것 같아요. 나는 당신과 너무 가까이에서 따라 가고 있어 당신이 손을 뻗으면 내 손에 닿을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와 주위 사람과의 대화에서 “나는 죽을 준비가 돼 있다. 할 일이 많지만 연연하지 않는다. 고통에 허물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해왔습니다. 저처럼 그의 음악에 위안을 삼았던 많은 사람에게 그가 떠나간 자리가 클 겁니다. 병신년 가을, 참 아리고 쓰라립니다. 그러나 이 허전함 또한 메워질 것이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위대함의 새싹이 움트겠지요? 

[속삭닷컴 칼럼] 여성 음부의 성장과 노화

들풀, 들꽃, 사향, 오징어, 생선 냄새가 나는 ‘여성의 보물’에 대한 산책입니다. 자신의 음부가 짝짝이어서 고민하신 분, 갓난아기의 그곳이 너무 커서 걱정하신 분 등은 이제 궁금즘이나 고민이 풀릴 겁니다. ^^
 

오늘의 음악

‘Nancy’를 소개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오늘은 ‘시대의 거장’ 레너드 코헨의 명곡들을 여러 곡 준비했습니다. 취향에 따라 골라 들으시기 바랍니다. 코메디닷컴의 ‘엔돌핀 발전소’에서는 ‘Famous Blue Raincoat,’ ‘I’m Your Man’ 등 다른 노래를 들으실 수도 있습니다.

♫ So Long, Marianne [레너드 코헨] [듣기]
♫ Bird on the Wire [레너드 코헨] [듣기]
♫ Suzanne [레너드 코헨] [듣기]
♫ Dance Me to the End of Love [레너드 코헨] [듣기]
♫ Hallelujah [레너드 코헨]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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