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시티앙 디오르는 여성의 적이었나?

[이성주의 건강편지]뉴 룩과 페미니스트

크리시티앙 디오르는 여성의 적이었나?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주(州)는 와인 산지로도 유명하지만, 르네상스의 발흥지로도 잘 알려져 있지요. 플로렌스, 피사와 같은 아름다운 도시뿐 아니라 작은 휴양지들도 매혹적입니다. 몬테카티니는 피사에서 60㎞ 떨어진 고풍스런 산성(山城) 마을입니다. 16세기에 온천이 개발된 ‘물 좋은 스파 휴양지’이기도 하죠. 1957년 오늘 몬테카티니의 한 호텔에서 세계 각국으로 전보가 날아갔습니다. 당시 세계 최고의 패션디자이너로 이름을 떨치던 크리스티앙 디오르가 갑자기 숨졌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사인은 심근경색이었습니다. 디오르는 그때까지 두 번 심근경색이 와서 치료를 받았는데 세 번째 발작에 쓰러진 것입니다. 심근경색의 직접 원인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합니다. 처음에는 생선 가시에 목이 걸린 뒤 심장발작으로 숨졌다고 알려졌습니다. 나중에 일부 언론은 카드 게임을 하다가 심장발작을 일으켰다고 보도했습니다. 디오르의 지인들은 과도한 성생활 때문에 심장발작을 일으킨, 시쳇말로 ‘복상사’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과로사’가 아닌, ‘과락사(過樂死)’라고나 할까요? 52세의 나이니까 안타깝고 아쉽네요. 사인을 아는 사람은 있겠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고 굳이 ‘사생활의 진실’을 캐려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합니다. 저는 아무래도 마지막 사인이 그럴듯하다고 봅니다.
    
디오르는 아시다시피 2차 세계대전 전후 패션에 여성성을 회복시킨 디자이너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유명한 ‘바 슈트’입니다. 어깨선은 자연스럽게 내려오고 허리는 잘록해서 가슴이 풍만하게 보이죠? 풍성한 스커트가 허벅진 엉덩이와 궁둥이를 살려주고 있고요. 미국 패션 잡지 《하퍼스 바자》의 편집장 카멜 스노가 “정말 새 유행거리네(It’s such a new look)”라고 말한 뒤 뉴룩은  패션의 유행어가 됐고, 디오르는 ‘뉴 룩의 아버지’로 자리매김했지요.
    
뉴 룩에 대해서 찬사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페미니스트들은 디오르가 여성 패션을 남성의 성적 취향에 맞춰 중세로 되돌렸다고 비난했습니다. 많은 옷감을 사용하는 것도 전후 궁핍의 시대에 비난의 대상이었습니다. 많은 비평가들은 대중이 결국 ‘코르셋’처럼 불편한 뉴 룩을 외면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나 디오르는 “나는 여성을 안다”며 자신의 길을 갔습니다.
    
물론, 편하고 예쁜 옷들과 미니스커트처럼 새 개념의 옷들이 등장했지만 여성성의 강조된 옷이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뉴 룩의 유행기에는 오히려 여성들이 이에 맞는 옷을 입기 위해 지금껏 인류사에서 유례가 없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대규모 다이어트의 유행이 일어난 겁니다.
    
패션에서 ‘여성의 해방’에 기여했던 코코 샤넬과 ‘여성성의 회복’을 주장한 디오르, 누가 옳을까요? 사실 이런 질문은 우문(愚問)이지요? 그러나 우리는 늘 ‘무엇’에 갇혀 이런 우문들을 던집니다. 대척점에 있어 보이는 것들도 함께 어울리면서 우리를 푼푼하게 하기도 하고, 두 반대되는 것들이 부딪혀 새로운 것들을 만들기도 하지요. 그러나 우리는 동굴 속에 갇혀 반대편의 것들을 짐짓 외면합니다.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늦가을, 자신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에 얽혀 목소리를 높인 적은 없는가, 누군가의 ‘멋진 무엇’에 눈을 감은 적은 없는가? 

심장병 희생을 예방하기 위해서

디오르는 52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얼마 전에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가 급사해 우리를 안타깝게 했지요. 심장병으로 인한 희생을 막으려면 꼭 정기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고 고혈압, 부정맥, 협심증 등의 소견이 나오면 꼭 병원에 가야 합니다.  집 주의에 심장병과 관련한 베스트 닥터로 누가 있는지 알아놓는 것도 중요하겠죠? 코메디닷컴의 닥터나비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과 환자들이 함께 평가한 베스트 닥터 리스트들이 있습니다. 꼭 참조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음악

주말에 가을이 무르익기를 재촉하는 비가 내렸네요. 김민기가 고은의 시에 음악을 입힌 따뜻한 노래 ‘가을편지’ 준비했습니다. 어제 가을비에 이어 갈바람이 세지면서 거리에서 낙엽이 밟히겠네요. 에디 히긴스 트리오가 연주하는 ‘고엽’ 이어집니다.

♫ 가을편지 [김민기] [듣기]
♫ 고엽 [에디 히긴스 트리오]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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