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을 음지에서 양지로 꺼내야하는 까닭
[이성주의 건강편지]소근소근 속삭닷컴
성을 음지에서 양지로 꺼내야하는 까닭
“임금님은 벌거숭이”라고 외친 걸까요,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일까요? 어제 드디어 우리나라 처음이자,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을 것 같은 성 전문 포털사이트의 문을 열었습니다. 지난해 7월 말씀드린 ‘속삭닷컴’입니다.
아시다시피 성(性은) 생물의 존재에 있어 식(食)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본다는 책 《총, 균, 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또 다른 역저 《섹스의 진화》에서 "인간의 독특한 성은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 되게 만든 주요 요인"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성은 음지에 있어야 했고, 이중적 성문화가 지배하는 위선적 사회로 머물고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성매매가 불법이고 심지어 해외에서의 매매춘도 처벌받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온갖 장소에서 매매춘이 이뤄지고 나이트클럽과 러브텔은 뜨거운 남녀들로 붐빕니다. 해외에서 수많은 한국 남성들이 성을 사고, 많은 여성들이 성을 팔고 있습니다. 짐승 같은 성 폭행범들은 금세 출소해서 또 다시 성범죄를 저지르고, 반면 어떤 사람들은 무고를 당해 억울하게 성범죄자가 되기도 합니다. 누구나 성 문제에 노출돼 있지만, 누구라도 성 문제의 덫에 걸리면 삶이 망가집니다. 성 문제에 있어서는 뒤죽박죽인 사회입니다.
철학자와 문화인류학자 등의 연구에 따르면 서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성 담론이 양지로 나오고,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얘기하면서 변화가 생겼습니다. 미셀 푸코가 꿰뚫은 대로 성 문제가 억압에서 벗어날 때 사회 전체의 합리성이 커집니다. 연세대 국문과 마광수 교수는 24년 전 ‘즐거운 사라’를 집필하고 음란물 배포 혐의로 체포됐을 때 ‘10년만 지나도 코미디가 될 것’ 이라고 했던 예고가 틀렸다는 사실을 씁쓸히 인정하면서 “속삭닷컴이 솔직한 성 담론의 마당이 돼 우리 사회가 억압과 위선을 벗어나 합리적이고 인간적으로 나아가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21세기는 전 인류가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아 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하지만 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는 편견이 지배하고 있는 게 현실이지요. 자칫하면 성희롱의 차꼬를 차게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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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성큼성큼 지나고 있죠? 오늘도 봄 음악 두 곡 준비했습니다. 앙드레 류와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봄의 소리의 왈츠’와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이 이어집니다.
♫ 봄의 소리의 왈츠 [앙드레 류] [듣기]
♫ 벚꽃 엔딩 [버스커 버스커]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