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습니까?
[이성주의 건강편지]처절한 생존
당신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습니까?
라틴아메리카 서쪽의 안데스 산맥은 남북으로 7,200㎞ 뻗어있는 세계에서 가장 긴 산맥입니다. 수많은 산 가운데 아르헨티나 멘도사 주의 아콩카과 산이 6962m로 가장 높지요. 1972년 오늘(10월 13일) 오후에 멘도사 주의 4200m의 산봉우리에서 굉음과 함께 비행기 한 대가 추락했습니다.
칠레 산티아고에서 경기를 할 예정이었던 우루과이의 아마추어 럭비 팀 선수들과 가족, 친구들을 태운 공군기였습니다. 승객 45명 중 12명이 사고와 함께 숨졌고, 5명이 다음날 신음을 내뱉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머지는 눈과 얼음 속에서 사투를 벌입니다. 1993년 영화 《얼라이브》로 세계를 흔든 드라마가 43년 전 오늘 시작된 것입니다.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칠레에서 수색대를 파견했지만 눈 속에서 하얀 비행기를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생존자들은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며 희망의 불씨를 살리면서, 립스틱을 모아 비행기 동체에 ‘SOS’를 쓰려고 했지만, 양이 적어 빛이 바랬습니다.
이들은 사고 11일째 라디오 방송에서 세 나라가 수색을 포기한다는 뉴스를 듣습니다. 라디오 부근의 생존자가 울면서 기도할 때 파라도는 서쪽의 산들을 바라보며 어금니를 뭅니다. 니콜리히는 비행기 속의 생존자들에게 “좋은 소식을 들었다”고 외치고는 방금 들은 뉴스를 알려줍니다. 누군가가 “왜 이것이 희소식이냐?”고 격렬히 따지자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우리가 우리 힘으로 살아서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생존자들에게는 초콜릿, 스넥 몇 개와 와인 몇 병밖에 없었습니다. 극한상황에서 굶주림을 이기기 위해 가방의 가죽을 뜯어먹고 눈을 와인 병에 우겨넣어 목을 축였지만, 허기가 밀려왔습니다. 이들은 회의를 엽니다. 럭비 팀의 의대생이 생존을 위해 시신을 먹자고 제안을 했고, 격론 끝에 이에 따르기로 합니다. 이들은 각자 “내가 죽으면 나의 시신을 먹어서라도 누군가 생존하라”고 약속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동료의 살을 베어 입에 넣습니다.
생존자 가운데 8명이 눈사태의 희생양이 되고, 추락 때 다친 부위가 도진 사람들이 하나 둘씩 세상을 떠납니다. 두 달이 지날 무렵, 파라도가 조심스럽게 제안을 합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으니 눈길을 헤쳐 칠레 쪽으로 가야겠다고.
파라도와 카네사, 비진틴의 세 사람은 14명의 기도와 응원 속에서 서쪽으로 향합니다. 사흘 눈보라와 맞서며 산봉우리에 올랐을 때 이들은 눈을 비벼야 했습니다. 눈앞에는 수많은 산봉우리들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절망의 순간에 이들은 다시 이를 깨물었습니다. 이들의 ‘음식’으로는 며칠밖에 못 갈 것이므로, 비진틴은 식량을 주고 비행기로 되돌아가고 두 사람이 칠레로 향합니다.
두 사람은 언젠가는 사람이 사는 마을이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 하나에 의지한 채 걷고 또 걸었습니다. 눈보라 치는 산길 속에서도 사람의 흔적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고, 마침내 열흘 째 말을 탄 칠레인을 발견했습니다. 이로써 72일의 사투 끝에 16명이 구조됐습니다. 비진틴은 무사히 사고현장으로 되돌아갔지만, 다른 한 부상자가 그동안 숨졌기 때문에 눈보라 속에서 인육을 먹으며 생존한 인원은 16명이었습니다.
며칠 뒤 우루과이의 신문에 시신의 일부 신체 사진과 함께 “사고 생존자들이 시신을 먹었다”면서 비난하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러나 천주교 신부들도, 법원도 “이 경우에는 어쩔 수 없다”며 생존자들의 편에 섭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들이 기본적 윤리를 어겼다고 비판하겠습니까? 아니면 벼랑 끝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서로 도우며 생존에 성공한 것에 박수를 보내겠습니까, 어떤 절망의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은 것에 대해….
간 건강 10계명
1. 성인이면 간 검사를 받아 보자.
<제 903호 건강편지 ‘세계 간염의 날’ 참조>
오늘의 음악
오늘은 영화 《얼라이브》의 마지막 장면에서 흘러나온 절창을 준비했습니다.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를 미국 가수 아론 네빌이 부릅니다. 너무나 애절하고 아름다운 목소리이지요? 둘째 곡은 또 다른 아베마리아입니다. 우리에겐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라고 알려져 있지만 바릴로프의 곡이라고 하네요. 10여년 전 교보문고에서 흘러나오는 이네사 갈란테의 노래를 듣고 망설이지 않고 음반을 사서 듣고, 또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갈란테의 아베마리아 이어집니다.
♫ 아베마리아 [아론 네빌] [듣기]
♫ 아베마리아 [이네사 갈란테]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