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S 파동에서 무엇을 따져야 할까?

[이성주의 건강편지]MERS에 대한 생각

MERS 파동에서 무엇을 따져야 할까?

왜 질병관리본부는 갈팡질팡, 애먼 사람을 사지로 몰고 대한민국을 불안과 공포 속에 떨게 하고 있을까요? 온라인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욕지거리가 넘쳐납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역적이 됐습니다. SNS에서 어떤 분이 “메르스보다도 보건당국의 무능이 더 큰 문제”라는 글을 올렸더군요.

언론에서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처에 대해서 따끔하게 비판하고 있으니, 이 편지에서는 언론에서 잘 다루지 않는 문제들에 대해서 말씀 드릴까 합니다.
①왜 질병관리본부는 “괜찮다”에 방점을 뒀을까?=사실 언론도 초기에 메르스에 대해서 크게 다루지 않았지요. 사스, 광우병, 신종플루 등으로 홍역을 겪으며 ‘태산명동서일필’을 되풀이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병보다 병에 대한 공포가 더 걱정이라는 인식 때문이겠지요. 환자가 다녀간 병원을 안 밝힌 것도 ‘공포를 확산시키는 것에 대한 걱정’ 때문이겠고요. 그렇지만 숨길 수록 공포는 더 커지지 않을까요? 전염병 담당자는 병 자체에 집중해야 하고, 안보를 담당하는 군인과 마찬가지로 1%의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 마땅할 듯한데…. 욕을 먹을 각오를 해서라도 말입니다.
②매뉴얼을 지킨 것이 갈팡질팡한 원인?=질병관리본부는 어쩌면 억울해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국제적 매뉴얼에 따라 일을 했다고 주장할 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전혀 새로운 상황에서는 어설픈 매뉴얼만 고집해서는 안 되겠지요. 상식과 열정에 따라 일을 처리했으면, 몇몇 환자를 놓치는 일이 없었을 겁니다.
③질병관리본부가 충북 오송으로 내려간 것이 영향을 미쳤을까?=질병관리본부가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있을 때에는 지켜보는 눈들이 많아서 잠시라도 안이한 생각을 할 수가 없었지요. 또, 긴급 상황이 생기면 주요 대학교의 최고 전문가들이 즉시 모여서 대책을 논의했는데, 그 시스템이 깨 진 것은 아닐까요? 정부 부처와 기관이 이사하는 것은 단순히 지역을 옮기는 것이 아니기에 위기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많은 공무원들이 출퇴근 걱정, 가족 걱정에 빠진 것은 아닐까요?

④왜 이 정부는 위기상황만 닥치면 쩔쩔 맬까?=이 정부만의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중앙집권 시대에서 권력분산 시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위기관리 시스템의 부재가 두드러지는 듯합니다. 시스템의 효율성은 모든 구성원의 주인의식과 자율적 참여가 없으면 중앙집권적 관료주의의 효율성을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대해서 사회 전체가 고민하지 않으면 비극이 되풀이되기 십상인데, 아무도 이 이야기를 않고 있네요.

⑤이 정권은 잘못이 없나?=방역은 보통 때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자칫 잘못하면 한 나라를 위기로 몰아넣습니다. 보건의료는 건강한 사람에게는 중요성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산소와도 같이 생명과 행복에 가장 중요한 영역입니다. 그래서 이 정권이 출범할 때 의료인들은 복지부와 보건부의 분리를 요구했지만, 다른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복지와 산업논리에 가려서 보건의료의 본질이 경시된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⑥아직 지역사회 전파가 없다는 것이 위안인가?=정부는 3차 전파도 병원에서 이뤄졌으니, 그나마 위안을 삼는 듯합니다. 그러나 냉정히 따져봐야 합니다. 왜 병원에서 초기 환자를 파악하지 못했는지, 병 고치러 가는 병원에서 병에 걸린 것이 이상하지 않은지.

첫째, 우리나라의 저수가 의료체계에서는 의사가 환자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고 검사부터 시키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에서 메르스를 의심하고 강력하게 대책을 요구하기 힘든 구조이지요. 둘째, 의료인과 환자 모두 병원에서의 위생과 감염에 대해서 무감각합니다. 보호자는 말할 것도 없고요. 특히 우리나라 특유의 문병 문화는 재고해야 합니다. 셋째, 의료인의 꼭 필요한 지시가 잘 안 먹힙니다. 우리 병원의 모습을 이대로 둬야 할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이들 생각이 제 나름의 고민에서 온 것이어서 옥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밖에 보건당국의 무사안일과 환자의 무책임, 격리병원의 필요성 등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많이 다뤘으므로 오늘 편지에서는 생략하겠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욕부터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근원을 살펴서 다시는 그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지금까지 나온 보도로는 메르스가 지구를 초토화시킬만한 아주 위험한 전염병은 아닌 듯합니다. 그러나 근원과 배경을 간과한다면 진짜 위험한 병이 왔을 때 대한민국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될 수밖에 없겠지요?

메르스의 정체와 예방법

오늘의 음악

멀리 벨기에 브뤼셀에서 임지영이 희소식을 보내왔네요. 2015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임지영이 KBS ‘윤건의 더 콘서트’에서 연주한 두 곡 이어집니다. 엘가의 ‘사랑의 인사’와 크라이슬러의 ‘아름다운 로즈메린’입니다.

♫ 사랑의 인사 [임지영] [듣기]
♫ 아름다운 로즈메린 [임지영]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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