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면 왜 술이 당길까?
[이성주의 건강편지]곡우 맛술
비가 내리면 왜 술이 당길까?
봄비가 내려 백곡(百穀)의 목마름이 풀린다는 곡우(穀雨), 오전에 전국 곳곳에 빗방울 듣다가 날이 익을수록 조금씩 햇빛 든다는 기상청의 예보네요. 곡우 무렵 비가 오면 풍년이라고 했는데, 올해는 메마른 우리 마음이 푼푼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비에는 여러 이름이 있다는 것, 여러분도 잘 아시죠? 안개보다 굵지만 비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정도로 가는 ‘안개비’, 이보다는 굵고 이슬비보다 아주 가는 ‘는개’, 꽃잎이나 풀잎에 맺힌 아침이슬처럼 아주 가늘게 오는 ‘이슬비’, 이것보다 조금 더 굵은 ‘가랑비’…. 또 바람이 없는 날 가늘고 성기게 조용히 내리는 '보슬비', 가루처럼 뿌옇게 내리는 '가루비' 등 수많은 이름이 있지요. 여러분 눈앞의 곡우 비는 어떤 비였나요?
비가 내리면 대지 위의 톡톡 튀는 물방울에 반응하듯, 애주가의 목젖도 꿈틀댄답니다. 뇌에서 감정처리를 담당하는 가장자리계가 술을 불러 몸이 달아오르고 가슴이 벌렁거리지요. 술이 넘어가는 목을 ‘술꼬’라고 하는데, 애주가들은 이런 날씨에 술꼬 틀 마음이 간절해지지요. 오후부터 날이 갠다지만, 며칠 동안 비 내린 날씨 때문에 목말랐던 술꾼들은 어떤 핑계라도 찾겠지요?
우리말에는 술꾼을 가리키는 말도 많답니다. 곡우 무렵에는 임진강 상류에 산란기를 맞은 누치 떼가 거슬러 올라오는데, 누치가 술꾼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누치(漏巵), 새는 잔이라는 뜻이지요. ‘술고래,’ ‘말술’과 비슷한 말이라고나 할까요? 또 늘 대중없이 술을 많이 마시는 술꾼을 모주망태라고 합니다. 옛날에는 ‘멋’이고 ‘풍류’였을 가능성이 큰데, 지금은 ‘민폐’이고 의학적으로 ‘알코올 의존장애’일 가능성이 큽니다.
굳이 모주망태가 아니더라도 보통 때에는 술을 마시지 않다가 입에만 대면 엄청나게 많이 마시는 것을 소나기술이라고 하는데, 소나기술 때문에 술주정을 하고 술난리를 친다면 이 역시 ‘의존장애’에 해당합니다. 집안 내력으로 잘 마시는 술인 ‘부줏술’이 센 것도 자랑은 못되지요. 술에는 장사가 없습니다. 부줏술 자랑하다가 술주정뱅이질에 빠지면 곧 ‘알코올 중독’이지요.
그래도, 온갖 위협에도 대지가 촉촉이 젖은 곡우에 목구멍이 벌렁거리고 촉촉해지는 것을 피할 수는 없겠지요? 주량 자랑하지 않는다면, 곡우 분위기에 좋은 술벗과 정겨운 이야기를 안주 삼아 맛술 즐기는 것, 건강에 도움이 되겠지요?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10가지 길
①장애인을 불구자, 정신지체를 정신박약으로 말하는 등 장애인에게 상처를 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제148호 건강편지 ‘세상을 떠난 슈퍼맨’ 참조>
오늘의 음악
봄비와 어울리는 노래 세 곡 준비했습니다. 첫 곡은 B. J. 토마스의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입니다. 둘째 곡은 박인수의 ‘봄비’입니다. 술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생겼지만, 노래는 기똥차게 부르는 가수이지요. 마지막 곡은 비 갠 날에 어울리는 레인보우의 ‘Catch the Rainbow’입니다.
♫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B.J. 토마스] [듣기]
♫ 봄비 [박인수] [듣기]
♫ Catich the Rainbow [레인보우]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