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터, 림프종을 이기고 월드시리즈를 거머쥐다

[이성주의 건강편지]암을 이긴 투수

레스터, 림프종을 이기고 월드시리즈를 거머쥐다



빨간 양말의 털보들이 기어코 홍관조를 잡았네요. 오늘 보스턴 레드삭스가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6대1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었습니다. 강타자 데이비드 오티스와 일본인 마무리 투수 우에하라 고지 등도 큰 역할을 했지만, 1차전과 5차전에서 새들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은 존 레스터 이야기를 빠뜨릴 수가 없네요.

존 레스터(29)는 8월 25일 LA 다저스 류현진이 보스턴과의 경기에서 4실점하며 패배할 때 맞상대였습니다. 야구광들에게는 암을 극복한 불굴의 투수로 더 잘 알려져 있지요.

레스터는 2002년 고교를 졸업하고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합니다. 마이너리그에서 몇 번 다른 팀으로 갈 뻔 했지만, 자리를 지키고 2006년 봄 훈련부터 메이저 리그에 합류합니다. 그는 데뷔 첫 해 7승2패를 기록하며 삶을 꽃피우고 있던 때 허리가 아파서 병원을 찾습니다. 한 달 전 가벼운 접촉사고를 당한 적이 있는데, 그것 때문으로 여기고.

그러나 마른하늘에 벼락같은 소식을 듣습니다. 통증이 악성 림프종 때문이라는 겁니다.

악성 림프종은 대체로 백인들에게서 잘 생기는 암인데, 우리나라에서도 환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공동설립자였던 폴 앨런, PGA 골프 스타 폴 에이징어 등이 이 병 환자였죠. 이 병은 면역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림프구가 암 세포로 바뀌어 무한 증식하는 혈액암입니다. 크게 호지킨과 비호지킨으로 구분하는데, 호지킨은 이 병을 처음 발견한 영국 의사 토머스 호지킨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호지킨 림프종은 몸의 한정된 부분에 나타나고 종양이 퍼지는 방향도 예측할 수 있어 비교적 치료하기 쉽지만, 비호지킨 림프종은 온 몸에 나타나고 종양이 어디로 전이될지 예측하기 어려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수개월 내에 사망하게 됩니다. 레스터는 비호지킨성 림프종이었습니다.

레스터는 시애틀에 있는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에서 항암 치료에 들어갑니다. 프레드 허친슨은 폐암으로 숨진, 신시내티 레즈의 감독이었지요. 신시내티는 추신수의 소속팀이고요.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는 프레드 허친슨의 형인 의사가 동생을 기리며 만든 연구소이자 병원입니다. 골수이식으로 백혈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한 도널 토머스 박사 등 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세계적 병원으로 성장했지요. 

레스터는 한 달 간격으로 6번의 항암치료를 꿋꿋이 받고나서 머리가 다 빠진 상태로 이듬해 봄 훈련에 참가합니다. 비호지킨성 림프종은 5년 동안 재발할 확률이 절반에 가까운데, 지금까지 괜찮은 것을 보니 완치가 확실한 듯합니다.

존 레스터는 2007년 7월 클리블랜드와의 메이저리그 복귀전에서 6대 2 승리를 이끌어서 미국을 감동시켰지만, 뒤이어 계속 패배해 마이너리그로 강등당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시련과 역경에 무릎 꿇지 않았습니다. 체력을 회복하고 메이저리그에 복귀해서 2007년 콜로라도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우승을 확정짓는 승리를 따낸 데 이어 2008년 5월 캔자스시티 전에서 노히트 노런의 대기록을 세웁니다. 아버지가 자신과 같은 림프종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은 지 한 달 뒤 대기록을 세우고는 ‘사나이의 눈물’을 흘립니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도 1차전에서 공에 이물질을 묻혔다는 ‘누명’을 쓰기도 했지만, 우승의 고비였던 5차전에서 완벽하게 승리를 거머쥐었지요.

삶에는 역경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역경이 있기에 그것을 극복하는 모습이 더 아름다운 것이겠지요? 존 레스터는 그것을 생생히 보여줬습니다. 레스터가 역투하는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멋지게 보이지 않나요?

이럴 땐 림프종 의심하고 병원으로

악성 림프종은 혈액암 중 가장 많은 암입니다. 백혈병보다도 많습니다. 비호지킨성 림프종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우리나라 전체 암 발병률 10위의 암입니다.

악성 림프종은 발병해서 급히 진행되기 때문에 건강검진으로 찾기는 힘듭니다.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예방법도 따로 없습니다. 따라서 아래 증세가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치료가 빠를수록 완치 가능성이 높습니다.

-목 부위나 사타구니, 겨드랑이 등에 있는 림프절이 특히 잘 붓는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열이 지속된다
-식은땀이 난다
-특별한 이유 없이 최근 6개월간 체중이 10% 이상 줄었다

림프절이 부어 병원을 찾은 사람 중 악성 림프종 환자는 1% 정도이고 나머지는 알레르기나 감기 뒤끝 증상일 때가 많으므로 지레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의 음악

오늘은 늦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음악 세 곡을 준비했습니다. 첫 곡은 프레디 허바드의 트럼펫 연주가 가슴을 떨리게 만드는 ‘고엽’입니다. 둘째 곡은 슈베르트의 ‘숭어’를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가 부릅니다. 마지막 곡은 10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 딱 어울리는 노래이지요? 이용의 ‘잊혀진 계절’입니다.

♫ 고엽 [프레디 허바드] [듣기]
♫ 숭어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듣기]
♫ 잊혀진 계절 [이용]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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