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 작품과 '로미오와 졸리엣'의 공통점은?

[이성주의 건강편지]최인호와 셰익스피어

최인호 작품과 '로미오와 졸리엣'의 공통점은?

어제 ‘영원한 청년작가’ 최인호 씨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침샘암(타액선암)과 투병하다 68세를 일기로 천국으로 갔습니다. 고인이 쓴 ‘별들의 고향,’ ‘겨울 나그네,’ ‘깊고 푸른 밤,’ ‘고래사냥,’ ‘바보들의 행진’ 등 숱한 인기작품은 영화로도 제작돼 관객들을 웃기고 울렸지요. 고인은 대한민국 청년문화의 키워드였습니다. 두 손 모아 고인의 명목을 빕니다.

1957년 오늘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의 윈터 가든 극장에서 ‘웨스트사이드 스토리’가 초연됐습니다. 어이없게도 위키 백과 한글판에서는 이날 브로드웨이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이 처음 공연됐다고 소개됐는데, 영어판에는 그런 오류가 없더군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미국 판이기에 누군가 헷갈렸던 것 같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는 아서 로렌츠가 대본을 쓰고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을 맡은 뮤지컬이 먼저 화제를 모았고 61년에는 영화로 세계를 강타했지요. 이탈리아 폭력집단과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집단의 대립 속에서 꽃 핀 토니와 마리아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담았지요. 앞서 말씀 드린 대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 미국화한 것이고요.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 가장 사랑을 받는 작품 아닐까요? 평론가들이 정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햄릿, 맥베스, 오셀로, 리어왕)’에 들지 않기 때문에 늘 ‘다음 중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에 들지 않는 것은?’이라는 문제가 있으면 단골 오답으로 등장하곤 하지요.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가 1562년 출간된 아서 브룩의 서사시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을 담은 희곡으로 줄거리를 새로 짜고 머큐시오, 패리스 등 조연급 등장인물도 적절히 넣어 재미있게 만든 작품이지요. 그러나 16세기 후반에 희곡이 나오고 무대에 올렸을 때 비평가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1662년 비평가 새뮤얼 피프스는 “내가 본 연극 중 최악”이라고 혹평했습니다. 그러나 이 연극은 숱한 영화, 오페라, 뮤지컬 등으로 선보이며 셰익스피어의 어느 작품보다도 대중에게 잘 알려졌지요. 극의 무대 베로나에는 지금도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있고요.
    
혹시 최인호의 인기 작품들과 ‘로미오와 줄리엣’ 사이에서 공통점이 있지 않던가요? 바로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닐까 합니다. 왜 사람들은 수 천 년 동안 이 통속적인 주제에 울고 웃는 것일까요? ‘통속적 사랑’이 주제인 소설이나 연극 등에 대해서 일부 평론가들은 비웃지만, 역사는 오히려 그 평론가의 비웃음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마는 것일까요? 왜 평소 잘난 척 하던 지성인도 실연하면 '삼류 유행가'의 가사에 울게 되는 걸까요?

오늘은 로미오와 줄리엣, 최인호가 떠오르는 음악 몇 곡 들으면서 ‘옛 사랑의 기억’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엉뚱한 길로 빠지지 않고, 현재 삶의 양분이 되는 순수하고 행복했던 기억, 따스했던 사랑 이야기에 머무는 것, 가능할까요? 

맹목적 미움을 이기는 지혜

‘로미오와 줄리엣’의 두 가문이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두 이민자 집단처럼 집단끼리 원수가 되는 일은 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영, 호남 관계나 인터넷의 자칭 진보, 보수 댓글 싸움 등을 보면 집단적 미움도 사랑과 마찬가지로 보편적 현상 같습니다. 현실에서는 집단 간의 미움 못지않게 개인에 대한 맹목적 미움도 흔하지요. 혹시 여러분은 그런 감정을 갖고 있지 않나요? 그렇다면 아래 방법을 써보세요. 미움이 사랑으로 승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자신의 자의식이 세다고 생각하면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나는 내게는 가장 소중하지만 세상의 중심이 아니다’라고 되뇐다.
●미운 사람이 왜 미운지를 생각한다. 그 이유를 상대편 및 제3자의 처지에서 다시 생각한다.
●미운 사람과 자신의 공통점에 대해 생각한다. 미운 사람의 장점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미운 이유가 나에게는 없는지 되돌아본다. 무의식이 억압한 ‘자아의 못난 부분’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열등감이 미움의 원인이라면 열등한 부분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해본다. 대부분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미운 사람에게 자신의 열등한 부분에 대해 유머를 통해 말해 본다. “나 같은 추남이 잘 생긴 이 부장과 함께 일하게 돼 즐거워” 식으로.
●미운 사람과 대화할 때 울컥 성미가 치밀어 오르면 숨을 천천히 쉬며 호흡에 집중한다. 대체로 부모나 형제, 친구와 대화할 때 이런 일이 많이 벌어진다.
●특정인이 미운 것이 특정인 때문임이 명확하든지, 아무리 노력해도 미운 사람이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고 증오를 유지하면 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한다.
    
<제 417호 건강편지 ‘축구전쟁의 패자’ 참조>

오늘의 음악

첫 곡은 ‘West Side Story’의 발코니 장면을 시에라 보게스와 줄리안 오벤들의 공연으로 듣겠습니다. ‘Tonight’은 너무나 유명한 노래이지요? 코메디닷컴 음악 감상실에서는 영화에서의 명장면도 감상할 수가 있습니다. 둘째 곡은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OST이지요. 글렌 웨스턴이 ‘What is a youth?’를 노래합니다. 셋째 곡은 영화 ‘별들의 고향’ OST입니다.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입니다.

♫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보게스 & 오벤들] [듣기]
♫ What is a youth? [글렌 웨스턴] [듣기]
♫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이장희]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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