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막말, 유아유아사회의 반영 아닐까요

[이성주의 건강편지]귀태와 말귀신

정치인의 막말, 유아유아사회의 반영 아닐까요

2차 세계 대전 직후 처칠이 의회 화장실에 들어가서 애틀리 총리의 옆자리가 비어있는데도 가장 구석으로 가서 일을 봤습니다. 애틀리 총리가 ‘자신감’에 대해 빈정대자 처칠이 응수했습니다. “총리께선 뭐든 큰 것만 보면 국유화하자고 주장하니….”
    
아브라함 링컨이 의회에서 연설을 하려고 하는데 한 의원이 “당신은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고 비난했습니다. 링컨은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되물었습니다. “거참, 내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면, 오늘 같은 중요한 자리에 왜 이 못생긴 얼굴을 갖고 나왔겠습니까?” 의원들은 박장대소했고 그 의원은 슬그머니 자리에 앉아야 했습니다.
    
처칠과 링컨은 모두 ‘유머의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늘 즐거웠기 때문에 유머를 한 것은 아닙니다. 둘 다 역사의 격변기에 정적들에게 둘러싸여 있었고, 무엇보다 평생 우울증으로 고생했지요. 링컨은 자살충동에 무릎을 꿇지 않으려고 호주머니에 칼이나 총을 넣고 다니지 않았고, 나무에 목매달아 죽고 싶은 충동을 피하려고 혼자 숲속을 산책하는 것도 삼갔다고 합니다. 두 사람 모두 프리드리히 니체가 “세상에서 가장 고통 받는 동물이 웃음을 발명했다”고 한 말이 들어맞는 그런 정치 지도자이지요.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는 왜 이런 유머 대신 막말과 저주만 가득할까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귀태(鬼胎)’ 발언에 이어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히틀러에 비유한 막말이 소용돌이를 일으켰습니다.  여당도, 야당도 말이 말을 잡아먹고, 말이 말을 낳고 말이 서로 싸움을 합니다.
    
정치는 사회의 거울이기에, 대한민국의 유아유아(唯我幼兒, 나밖에 모르는 어린이)적 모습, 메마르고 살벌한 모습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요?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이도록 설득하는 ‘삶의 가장 중요한 기술’에 대해서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누구도 이런 ‘민주주의의 기본’에 대해서, 아름다운 말의 중요함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말이 혼탁해지고 격해지고 있는데,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정치인은 ‘막말의 오발탄’이 아니라 ‘유머와 아름다운 말의 모범’을 보여주면 안 될까요? 유머는 서양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우리 한민족은 은근과 끈기의 민족, 풍자와 해학의 민족이 아니었던가요? 우리 역사에서도 해학의 정치인이 적지 않았습니다. '오성과 한음'으로 유명했던 이항복도 그런 분이었습니다. 이항복은 임진왜란 때 동인, 서인이 피란을 가서도 당쟁을 그치지 않자 이렇게 일갈합니다. 
    
“제가 참 큰 실수를 했습니다. 이렇게 잘 싸우는 동인들로 동해를 막게 하고 서인들로 서해를 막게 했으면 왜놈들이 어떻게 이 땅에 발을 붙였겠습니까. 뒤늦게 이를 깨닫게 되니 원통합니다.”

말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명언

●말에 대해 묵상하라. -우파니사드(인도의 고대철학서)
●인간은 입이 하나 귀가 둘이 있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 더하라는 뜻이다. -탈무드
●남의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도 자기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잘 들어라. -탈무드
●험담은 세 사람을 죽인다. 말하는 자, 험담의 대상자. 듣는 자. -미드라시(유대인의 종교교육서)
●말이 있기에 사람은 짐승보다 낫다. 그러나 바르게 말하지 않으면 짐승이 그대보다 나을 것이다. -사아디(페르시아의 위대한 문학가)
●한 마디의 말이 들어맞지 않으면 천 마디의 말을 더 해도 소용이 없다. 그러기에 중심이 되는 한 마디를 삼가서 해야 한다. 중심을 찌르지 못하는 말일진대 차라리 입 밖에 내지 않느니만 못하다. -채근담
●내 뱉는 말은 상대방의 가슴속에 수 십 년 동안 화살처럼 꽂혀있다. -롱펠로우
●말도 행동이고 행동도 말의 일종이다. -에머슨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 -모로코 속담
●말은 마음의 초상 -J. 레이(폴란드 문학의 아버지)
●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와 천 사람의 귀로 들어간다. -베를린 시청의 문구
●늘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은 참맛을 모르듯, 늘 떠들고 있는 사람은 생각할 겨를이 없다. -볼테르
●군자는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공자
●말이 쉬운 것은 결국은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맹자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노자
●개가 짖는다고 해서 용하다고 볼 수 없고, 사람이 떠든다고 해서 영리하다고 볼 수 없다. -장자  

오늘의 음악

1460년 오늘은 그라나다를 스페인의 이사벨 여제에게 빼앗긴 비운의 왕 보압딜이 태어난 날입니다. 안드레 세고비아가 연주하는 ‘알함브라의 궁전’ 준비했습니다. 1946년 오늘은 멕시칸 계 미국 포크가수 린다 론스태드가 태어난 날이지요.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 조지 루카스, 미크 재거, 캘빈 클라인, 짐 캐리 등과의 염문으로도 유명하지요. 조지 루카스가 린다와의 사랑을 위해 이혼하느라 픽사를 스티브 잡스에 헐값에 팔았고, 잡스는 이를 바탕으로 재기에 성공하지요. 애플 신화, 스마트폰 혁명에 간접 간여한 셈인가요? 그녀의 ‘Long Long Time’과 ‘It’s so Easy’가 이어집니다.

♫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안드레 세고비아] [듣기]
♫ Long Long Time [린다 론스태드] [듣기]
♫ It's so Easy [린다 론스태드]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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