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은 사나운 악한이 아니라 친구의 모습
[이성주의 건강편지]우리 속의 악마
악은 사나운 악한이 아니라 친구의 모습
노인 요양시설에서 노인을 윽박지르는 모습을 동영상에 담아 유튜브에 올린 고교생들은 자신들이 멋있다고 생각한 걸까요? 구속된 육사 생도는 후배 생도를 겁탈하고도 무사하리라고 생각했을까요? 상류층 인사가 자기 자식을 ‘폼 나는 학교’에 보내려고 다른 집 아이에게 눈물 흘리게 해도 자기 자녀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아득하게 혼란이 밀려옵니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 학살과정을 진두지휘한 카를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과정을 지켜보면서 사람의 본성에 대해서 크게 깨닫습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시인 김수영의 시구(詩句)에서처럼 ‘커크 다글라스나 리챠드 위드마크 모양으로 사나웁지도 않고/조금도 사나운 악한이 아니라는 데’ 충격을 받습니다. 아이히만의 정신 상태를 감정한 의사 6명은 그가 끔찍할 정도로 ‘정상적’이라고 결론 내립니다.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이를 ‘악의 평범성’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악한 일은 스스로 하는 일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못한 데에서 나온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커다란 악을 저지를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어느 순간부터 ‘악의 평범성’에 지배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도덕, 윤리는 비웃음의 대상이 돼 버렸습니다. 윤리를 말하면 ‘꼰대’가 되고, 좀 손해보고 살자고 말하면 ‘피식’ 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의 작은 잘못에 대해서는 아무 부끄럼 없이 목청 높여 비난합니다. 도덕과 윤리는 함께 지키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남을 손가락질하기 위해 있는 듯합니다.
아니겠지요? 그래도 이 순간 조금이라도 더 올바르게 살기 위해서 자신을 갈고닦고 수양하는 사람이 인숭무레기, 천둥벌거숭이보다 훨씬 더 많겠지요? 최인훈의 소설 《가면고》에 나오는 마가녀 공주처럼 선천적으로 선해서 나쁜 일을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있겠지요?
그러나 자신이 없습니다. 저는 마가녀 공주보다는 노력을 통해 브라만이 되기를 꿈꾸는 다문고 왕자에 가까워 하루에도 몇 번씩 유혹, 본능, 상념과 싸우는데도 정신이 게을러져 ‘악의 평범성’에 지배당할까 두렵습니다. 어쩌면 마가녀 공주도, 악의 평범성과 싸우는 사람도 드물지 않은가 두렵습니다.
아니겠지요? 저만의 옥생각이겠지요? 세상은 ‘평범한 선’이 ‘평범한 악’보다 훨씬 많겠지요?
악의 평범성을 이기기 위해
저는 이성적 사고가 ‘악의 평범성’을 이기는 첫 단추라고 생각합니다. 선천적으로 기질이 순해도 악해질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모범을 보이면서 우리의 미래에게 교육을 잘 시키는 것이 평범한 선이 지배하는 세상을 위한 길이겠지요.
스스로 이성적으로 되기 위해서
①명상, 유머 등을 통해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는 훈련을 한다.
②등산을 비롯해서 자연과 어울리는 운동을 통해 호연지기를 기른다.
③음악과 미술 등 예술을 즐긴다.
④다양한 분야의 책을 가까이 한다.
⑤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는 훈련을 하고 이를 자주 실천한다.
자녀를 이성적으로 키우기 위해서
⑥자녀를 존중하고 특정 주제에 대해서 토론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
⑦자녀와 운동, 취미, 예술 활동 등을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다.
⑧자녀의 학교생활과 친구, 고민 등에 관심을 갖는다.
⑨컴퓨터, 스마트폰과 TV를 잘 활용하도록 가르친다. 하루 2시간 이상 스마트폰, 컴퓨터, TV에 매달려 있지 않도록 이끈다.
⑩자녀와 행복과 옮음에 대해서 자주 토론한다.
⑪기회가 있으면 학교교육이 정상화하도록 발언한다. 최소한 학교에서 실시하려는 정상교육을 방해하지 않는다. 상당수 고교에서 체육, 음악, 미술 등 수업을 하려면 학부모들이 반대하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옳은 목소리를 내는 것도 용기가 아닐까.
<제648호 건강편지 ‘왕따 보도 단상’ 참조>
오늘의 음악
봄날이 갑니다. 김윤아의 목소리로 ‘봄날은 간다’ 준비했습니다. 1431년 오늘은 19세의 잔다르크가 화형 당한 날. 레너드 코헨과 제니퍼 원스의 음성으로 듣겠습니다. ‘Joan of Arc.’ 오늘 날씨에 어울리는 베토벤의 전원교향곡을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의 연주로 감상하겠습니다.
♫ 봄날은 간다 [김윤아] [듣기]
♫ Joan of Arc [레너드 코헨] [듣기]
♫ 전원교향곡 [파보 예르비]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