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작가의 비서실장을 자처한 제작사 사장

[이성주의 건강편지]김수현의 친구

드라마 작가의 비서실장을 자처한 제작사 사장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해리와 샐리는 남녀가 친구가 될 수 있을지를 놓고 티격태격하지요. 그러께 오늘은 남녀가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드라마의 전설’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작가 김수현의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신현택 삼화네트웍스 회장이 눈을 감은 것이지요.

신 회장은 1970년 신프로덕션을 창립해서 비디오테이프를 만들어 팔다가 드라마 제작으로 방향을 틉니다. 보이는 물건인 비디오테이프보다 ‘드라마’라는 콘텐트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간파했지요. 삼화는 《목욕탕집 남자들》 《명성황후》 《내 남자의 여자》 《며느리 전성시대》 《조강지처 클럽》 《엄마가 뿔났다》 《솔약국집 아이들》 등 히트작을 내놓았습니다.

삼화의 성공은 콘텐트와 사람을 중시한 신 회장의 경영철학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드라마는 작가의, 영화는 감독의,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는 말이 있지요. 신 회장은 이 말 그대로 우수한 작가들에게 세심히 공을 들였습니다.

신 회장은 특히 “1세기에 한번 날까말까 한 작가를 돈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뭐든지 룰에서 예외인 사람이 있다”며 김수현의 비서실장을 자처했습니다.  ‘세기의 작가’는 장례식에서 “까탈스런 나를 긴 세월 참아줬던 신 회장이 많이 고마웠고 미안하다”면서 “지붕이 날아간 것 같다”며 아쉬워했지요. 김 작가는 신 회장이 떠난 뒤 한 동안 펜을 잡지 못했지요.  나중에 친구의 아들과 사위가 꾸려나가고 있는 삼화네트웍스에서 《무자식 상팔자》를 히트시켰지만.

신현택 회장은 2010년 초 건강검진에서 폐암 3기말이라는 진단을 받습니다. 그는 가족에게 “이 정도는 이겨낼 수 있다. 드라마를 더 만들어야 하니까 주위에 알리지 말라”고 호기롭게 말하고 2개월 요양 뒤 복귀해서 보란 듯이 《제빵왕 김탁구》와 《인생은 아름다워》를 히트시킵니다. 하지만 암을 의욕만으로 이길 수는 없지요. ‘아름다운 인생’의 마무리를 고해야 했습니다.

문화계에서는 신 회장이 없었다면 한류(韓流)도 없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그는 하드웨어 못지않게 콘텐트가 중요하다는 점을 일찍 알았고, 그 콘텐트는 결국 사람이 만든다는 것을 깨달아 이를 사업으로 구현한 인물이었지요.

이 과정에서 김수현이라는 대가가 더욱 더 빛을 낼 수가 있었고요. 백아의 거문고 소리를 사랑한 종자기 같은 신현택이 없었다면, 까탈스런 나라 대한민국에서 김수현이라는 까칠한 천재가 사금파리처럼 팽개쳐졌을지 모르지요. 김수현은 그래서 신현택을 지붕이라고 했습니다.

눈을 감고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한 때라도 누군가의 지붕이었던 적이 있는가? 혹시 온전한 명품 그릇을 이가 빠졌다고 팽개치지는 않았던가? 나는 명품을 명품으로 알아볼 만큼 온전한 그릇인가?

늦었다 싶을 때 지켜야 할 10가지 건강수칙

신현택 회장은 술, 담배, 과로와 벗하며 살았습니다. 낮에는 줄담배를 피우면서 몇 시간 동안 회의를 주재했고 밤에는 술잔을 건네며 사람들을 움직였습니다. 2002년 일본 아이모리 동계 아시안 경기 때에 선수단장을 맡아 북한 선수단 임원을 술자리에서 설득, 남북공동입장을 성사시킨 일화는 유명하지요. 그래서 좋은 회사를 만들고, 스타를 키우고, 한류 바람을 일으켰지만 이제 그것들을 볼 수가 없습니다.

건강은 나빠지기 전에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40, 50대의 상당수가 건강을 해치면서 살고 있습니다. 술, 담배, 과로와 운동부족은 서로가 서로를 부르면서 악순환을 일으킵니다. 결국 건강은 시간 탓, 일 탓하며 합리화하지 말고 건강 원칙을 따라야 지킬 수가 있습니다.

①당장 좋아하는 운동을 시작한다. 첫날부터 무리하지는 않고 조금씩 운동량을 늘린다.
②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이 순간 끊는다. 담배 생각이 나면 물을 마신다.
③술은 절주가 가능하면 즐겁게 마신다. 취할 때까지 마셔서 문제가 생긴다면 일단 끊는다.
④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⑤아침밥을 먹는다. 현미 또는 혼합곡 밥에 ‘육해공군’ 반찬을 골고루 천천히 씹어 먹는다.
 -요즘 흰쌀밥과 흰빵이 만병의 근원으로 꼽히고 있다. 현미와 혼합곡 밥은 처음에는 입에 맞지 않을지라도 한 달만 먹다보면 고소함에 익숙해진다.
⑥유머를 하나 배워서 오늘 써먹어 본다.
⑦화가 나면 심호흡을 한다.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다.
⑧자기 전에 온욕을 한다.
⑨자고 나서, 식사 후에 양치질을 한다. 예전보다 10%만 더 신경쓴다는 마음가짐으로 잇몸과 이 사이를 꼼꼼히 칫솔질한다.
⑩출근 때 또는 잠자기 전에 명상을 한다. 이때 건강수칙을 잘 지킨 자신을 칭찬한다.

오늘의 음악

첫 곡은 신현택 회장의 회사에서 만든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주제가입니다. 이승철이 노래합니다. ‘그 사람.’ 다음 곡은 비 온 다음날 어울리는 음악이죠?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 1악장을 정명훈이 지휘하는 사르브루켄 방송교향악단의 연주로 듣겠습니다. 마지막 곡은 4월을 맞아 크리스 디 버그의 ‘4월의 눈동자를 가진 소녀’를 준비했습니다.

♫ 그 사람 [이승철] [듣기]
♫ 전원 1악장 전반부 [정명훈] [듣기]
♫ The Girl with April in Her Eyes [크리스 더 버그]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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